[딕 모리스가 보는 미국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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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브레인과 백악관 정치고문을 지낸 딕 모리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선거전략가다.

그는 1996년 백악관을 나온 뒤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유권자들이 인터넷으로 각종 이슈에 투표하는 Vote.com이란 정치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 지난 17일 발표된 USA 투데이.CNN.갤럽 공동조사에선 격차가 2%로 좁혀지긴 했지만 지난 수개월간 앨 고어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6~12% 정도 뒤져 있었다. 부시의 리드 비결은.

"공화당의 장기는 인물이고 민주당은 정책이다. 콜린 파월.존 매케인.엘리자베스 도울 등 대중이 좋아하는 이들은 여지없이 공화당이다. 민주당에도 클린턴이 있지만 그는 퇴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사회보장.환경.헬스케어 등 정책은 민주당이 유리하다. 부시는 이를 간파해 지난 3개월간 낙태.동성애 같은 공화당쪽 이슈보다 교육.사회보장 같은 민주당쪽 쟁점을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

- 그렇다면 고어가 부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나.

"8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TV토론이 있지 않은가. 사실상 선거는 그때부터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정책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한다. 구체성에선 고어 쪽 정책이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고어는 토론을 잘 한다. 역사상으로 봐도 크게 뒤졌던 후보가 9월 초부터 시작되는 본격 선거전에서 매우 근접하게 따라붙은 사례가 적지 않다. 1960년 닉슨은 케네디를 빠르게 추격했고, 68년 험프리는 닉슨을 따라붙으며 괴롭혔다. 76년 카터는 포드의 화이팅에 끝까지 고전했다. "

- 남북 정상회담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한가.

"고어다. 유권자들은 남북한이 한자리에 모인 것에 대해 클린턴에게 점수를 줄 것이며, 이는 고어에게 유리하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대남 자세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 미국 대선에서 북한 변수가 많이 약화됐다. "

- 두 사람의 부통령 후보를 전망한다면.

"부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나는 부시가 매케인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빙의 승부에서 매케인이 끌어올 수 있는 표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의 경우 클린턴은 자신과 매우 닮은 고어를 부통령으로 선택했었다. 고어는 클린턴의 이런 전략이 성공했으며 자신이 클린턴의 당선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고어도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할 것이다. "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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