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고문 '괴문서'등 잇단 악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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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민주당 일각에서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해 '당밖의 새 인물을 찾는 게 어떠냐' 는 얘기가 도는데.

"(다소 퉁명스런 목소리로)그 제3후보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느냐. "

- 당내에서 견제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쓰면 되지 내 생각은 무슨…. "

21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그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연대 파트너로 여겼던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의 중립 선언,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 문제와 관련한 '李고문측의 외교부 압력' 괴문서 사건, 그리고 '제3후보론' 등장 등.

李고문 캠프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李고문이 8.30 전당대회(최고위원 경선)를 통해 부상(浮上)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여권 일각의 견제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는 분석이다.

李고문은 "경선에 나가면 1위를 못할 수도 있다" 는 측근들의 보고서를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경선 불출마를 건의하는 측근들도 있다.

그러나 李고문은 출마쪽으로 기운 상태다. '여건이 안좋다' 는 이유로 경선을 포기하는 것은 경선에 나가 다소 뒤로 처지는 것보다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번 경선을 외면할 경우 당에 확실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李고문이 한때 참석 재고설이 돌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가기로 한 것도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함" 이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李고문은 29일 출국해 다음달 5일 귀국한다. 그리고 2~3일뒤 경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측근들은 밝혔다.

李고문측이 경선에서 기대하는 쪽은 역시 權고문이다. 李고문은 지난 14일 權고문과 만났다. 權고문은 지난 주말 李고문의 영남 방문을 드러나지 않게 지원했다는 게 李고문측 주장이다.

權고문은 "李고문을 지원하는 거냐" 는 기자들 질문에 한나라당 부총재단에 영남 출신이 몰려 있음을 지적하며 "전당대회의 첫째 목적은 전국정당화" 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權고문은 "차기(대선)후보는 정당 안에서 나와야 한다. 대의원의 지지를 받으면서 크는 거다" 고 전당대회에 무게를 실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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