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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용광로』

중앙일보

입력


반으로 자르고 또 다시 반으로 자르면 무엇이 될까?

물질을 자르고 또 자르면 무엇이 남을까? 사람들은 물질을 자르고 남은 것이 원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마법의 용광로』 (사이언스북스 펴냄)의 저자 마커스 초운은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했던 원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곳적부턱 많은 사람이 이런 의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막대기나 천 조각 또는 점토판을 반으로 자르고 또다시 반으로 자르면 무엇이 될까? 영원히 반으로 자르는 일을 반복할 수 있을까? 더이상 자를 수 없는 순간이 올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처음 기록한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였다.

데모크리토스는 고민했다. 물질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을 영원히 자를 수 있는가? 데모크리토스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다. 어떤 물질적인 대상을 무한히 작게, 더 작게 자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작은 가루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어로 ‘자를 수 없는’이라는 말이 ‘a-tomos’이므로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더 자를 수 없는 가루를 ‘atoms(원자)’라고 불렀다. 그는 “실제로는 오로지 원자와 빈 공간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원자와 빈 공간! 예를 들어 더운 물이 담긴 주전자에 소금을 넣고 저으면 소금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데모크리토스가 옳다면 소금은 단지 구성 원자로 해체돼 물 원자 사이의 빈 공간에 자리잡았을 것이다. 원자론은 물고기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방법 또한 이같이 설명한다. 물이 연속적인 물질이라면 물고기가 파고들 틈새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빈 공간으로 분리된 원자로 구성돼 있다면 물고기의 코끝이 물원자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액체를 커튼처럼 젖히고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원자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너무 작아 감각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없다. 그러면 원자의 실재성을 어떻게 정립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방법은 하나 있었다. 원자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일상 세계에서 논리적으로 연역해 보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실재와 합치하면 원자에 관한 개념은 날개를 달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더 나은 개념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데모크리토스도 그의 혁명적인 개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우선 원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래서 소금이 물에 녹고 물고기가 어려움 없이 바다에서 헤엄친다고 연역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상대방에 침투하는 능력은 단지 물질의 ‘질’의 문제일 뿐이다. 원자에 대한 개념을 확고히 하려면, 원자의 존재에서 물질의 측정 가능한 성질, 즉 ‘자’를 비롯한 측정 도구로써 ‘양’을 잴 수 있는 성질을 반드시 연역해야 한다. 그러나 원자의 모습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물질의 정확한 성질을 연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모크리토스는 빈 공간을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원자를 상상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공간을 날아다니는 원자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다. 이런 그림에는 모든 운동을 지배하는 법칙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같은 체계화는 데모크리토스의 능력을 훨씬 벗어난 일이었다. 과학의 부흥을 기다려야 했다.

[자료제공=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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