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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해체 → 워크아웃 → 금호 → 채권단 … 기구한 ‘대우건설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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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시공능력 평가 3위인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3년 만에 또다시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에 몸을 맡기는 신세가 됐다.

지난 10년간 대우건설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건설사도 없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2002년 3월) 및 졸업(2003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 피인수(그룹 계열사 편입 2006년 12월) 등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옛 대우그룹의 모태인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을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넘겨야 했고, 대한통운 인수 당시에도 인수 주체로 나서 재무구조가 나빠지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3년간 시공능력 평가 1위 자리를 지켜왔고, 매년 신규 수주량과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을 정도로 건설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5조9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도 1580억원이나 내 안정된 경영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그동안 매각 진통을 겪어오다 산업은행에서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대우건설 직원은 “그동안 사내에서는 우량기업을 외국 자본에 팔아치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많았다”며 “채권단이 회사를 관리하면 정상 경영과 기업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이날 “외국 자본에 우량기업이 넘어가지 않게 돼 다행”이라며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와 우리사주조합이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회사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안”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의 관심은 대우건설이 앞으로 어떻게 항해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0년간의 위기 돌파 경험을 살려 재매각이라는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호그룹과는 달리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번 채권단 인수 결정으로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와 해외 수주 영업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현대건설도 올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1위를 탈환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인재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의 맨파워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안정을 기반으로 몸값을 키울 경우 나중에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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