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제 그만] 3·끝. 대책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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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언덕 내리막길에서 엔진브레이크를 쓴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요. " (회사원 鄭모씨.28세)

"속도계 옆에 RPM계기가 왜 있느냐고요. 잘 모르겠는데요. " (회사원 李모씨.32세)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유치원 수준 운전지식' 으로 면허를 따고 바로 거리에 나선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1천만 왕초보 운전자' 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자동차.도로를 알고 운전해야〓자동차는 갈수록 경량화.복잡화.고성능화된다. 반면 안전도는 낮아져 안전장치가 다양하게 부착된다.

때문에 이들 장치의 기능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 경우 위험도는 훨씬 커진다. 따라서 모든 운전자는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전문지식을 익혀야 한다.

건조한 노면보다 빗길이 얼마나 더 미끄러운지, 속도가 올라가는데 따라 시력은 얼마나 저하되는지, 핸들을 10도 꺾으면 타이어는 몇도나 꺾이는지 등을 알아야한다.

위급 상황을 운전자에게 경험시키는 실전교육도 요청된다. 시속 1백㎞로 달리다 급제동하는 훈련이 그런 예다.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쳐 사고현장에서 응급처치할 수 있게 할 필요도 크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사고 후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평균 2시간반이나 된다.

◇ 기업차원의 대책이 필요〓산업재해를 줄이려는 기업은 많지만 그보다 피해가 큰 사내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신경쓰는 기업은 많지 않다.

큰 회사부터 관심을 갖고 종업원에게 자동차의 특성과 실전운전 교육을 해야 효과가 있다. 그들이 배운 운전기법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자동차+운전' 을 알게 되면 '질서+문화' 가 생기고 교통사고도 줄어든다.

◇ 총리가 나서라〓사망사고는 단기간에 대폭 줄여야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범부처적인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1970년대 대통령 직속으로 연방교통안전위원회를, 일본도 중앙교통안전대책회의(의장은 총리)를 운영한 후 교통안전 선진국이 됐다.

프랑스도 '도로 위 학살' 을 줄이려 주말 고속도로.국도에 2만여명의 경찰.헌병을 동원한다.

스웨덴은 97년부터 연간 5백4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10년 후 2백50명으로 줄이자며 입체적인 대책(Vision Zero 대책)을 시행중이다.

내용은 ▶규제속도 강화와 철저한 단속 ▶중앙분리대 설치 확대▶2차선 도로의 추월선 확보▶4지(肢)교차로를 3지 교차로 두개로 개조 등이다.

한해 1만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죽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교통사고 한건에 몸달아 하는 책임부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부처별로 계획.연구.운영.단속 기능이 흩어져 있으며 책임 떠밀기만 능사로 한다.

건설교통부는 교통사고를 조장하는 사업용자동차 운수제도를 바꿔야 하고, 경찰청.지자체는 교통시설 설치.운영 업무를 합리적으로 분장해야 한다.

또 기획예산처는 범칙금 수입을 전액 교통안전에 투입해야 한다.

교육부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녹색어머니회에 맡기기보다 실체적인 공공 교통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전적으로 경찰에 맡겨 있는 단속 체계도 타부처 혹은 민간에까지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또한 사고통계를 제대로 집계해야 한다. 99년 사상자수를 보험업계는 80여만명으로, 경찰은 41만명으로 발표하는 실정이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강갑생.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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