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와히드 대위기…비리겹쳐 탄핵통과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인도네시아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로 집권한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내정혼란.경제난에 개인비리까지 겹쳐 다음달 열릴 국민협의회(MPR.의회에 국민대표를 합친 최고 대의기관)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내정.경제 혼란〓인종청소로까지 비화한 말루쿠 종교분쟁 희생자는 3천~6천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체적인 사태수습 능력을 의심받으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직접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체 독립단체와의 회담도 지지부진하며 파푸아로 개명한 이리안자야주(州)의 독립운동 열기도 점차 무장투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경제도 바닥권으로 떨어져 자국 화폐인 루피아 가치가 연일 곤두박질하고 있다.

19일 현재 달러당 9천2백50루피아로 이대로 가다간 1998년 5월 외환위기 당시 달러당 1만6천루피아선으로 떨어졌던 상황이 재연할 것이란 위기감이 짙다.

◇ 불거진 개인비리〓와히드 대통령이 브루나이의 볼키아 국왕으로부터 2백만달러(약 22억원)를 받아 개인계좌에 입금한 사실이 지난 5월 드러났다.

지난달엔 와히드의 사업 파트너였던 전직 안마사가 와히드 지시라고 속이고 국영 식품유통기관 관계자에게서 사업자금 명목으로 4백만달러(약 44억원)를 받아 달아난 '불로그 게이트' 가 터졌다.

와히드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했고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 심상찮은 군부〓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군부 등이 총반격에 나서 와히드를 압박하고 있다.

와히드와 측근들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도 수하르토 추종세력의 '작품' 이란 설이 유력하다.

말루쿠 학살극도 와히드의 군부배척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그를 벼랑으로 몰기 위해 소요를 부채질해 더욱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군부 핵심인물로 지난 2월 와히드에 의해 쫓겨난 뒤 칩거해오던 위란토 전 정치.안보조정장관이 18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을 만나는 등 활동을 재개했다.

◇ 건강도 문제〓와히드는 최근 진단 결과 "두 눈이 거의 실명상태이며 시력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다" 는 통보를 받았다.

뇌졸중.당뇨 등이 겹쳐 건강은 최악의 상태다. 장녀 자누바 아리파차프소프 라만(애칭 예니)이 그의 눈 노릇을 하고 있다. "예니가 진짜 실력자" 란 소리가 권부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 탈출구는 없나〓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땅에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는 방법은 '과거청산' 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와히드 정부는 다음주부터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18일 "다음달 시작할 부패사건 재판에서 수하르토를 법정에 세우겠다" 고 말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