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개최지 오키나와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상들을 맞는 오키나와인들의 마음은 회의장 이름인 반코쿠신료칸(萬國津梁館)에 압축돼 있다. 반코쿠신료는 '세계의 가교' 란 뜻이다.

14~16세기 류큐(琉球)왕국 대교역 시대에 나온 말로,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교류 거점으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배어 있다. 평화.번영에 대한 기원도 담겨 있다고 한다.

류큐왕국에서 19세기 말 일본에 편입된 뒤 2차세계대전 후 미군 지배를 받다가 1972년 다시 본토에 귀속됐던 고난과 차별의 역사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는 주민 4명 중 1명이 지상전으로 숨졌다. 오키나와현은 면적 2천2백67㎢에 인구가 1백30만명이다.

면적이 전 국토의 0.6%인 데도 주일 미군기지의 75%가 밀집해 있다. 오키나와 회담을 두고 일본이 요란을 떠는 것은 이런 것들과 맞물려 있다.

오키나와현측은 일단 주요 8개국(G8)정상회담을 미군기지 축소.이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이다. 그래서 본토 복귀 후 처음으로 방문하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기지 밀집실태를 직접 돌아보길 바라고 있다.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합의에 따른 대체기지 건설문제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대체기지 이전 장소는 정해졌지만 공법이나 사용기한 문제는 지금도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미군병사의 성추행이나 차량 뺑소니 사건은 미국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키나와는 또 이번 회담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회담 개최지 나고(名護)시는 회담 때 깔린 인프라로 국제금융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법인세 인하로 금융기관 유치에 성공한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모델로 삼아 각종 우대조치를 정부에 요구키로 했다. 기업이나 관광업체도 제품선전과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담을 8일 앞둔 13일 현재 오키나와는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각국 정상들이 묵을 호텔측은 방 수리비만 10억엔을 들여 새 단장을 했다.

보도진만 4천여명을 헤아리면서 도시락업체는 서로 뭉쳐 같은 내용물의 도시락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경호가 삼엄하다.

벌써부터 회담장이 있는 나고시에선 차량검문이 실시됐다. 경호문제는 타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가 지난 4월 개최지를 오키나와로 결정할 당시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지방에서 G8정상회담을 치른 적이 없는 데다 군 기지가 몰린 섬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반(反)기지 감정에 따른 불상사도 걱정거리다.

그래서 경찰은 이번에 2만3천여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의 경호작전에 나섰다. 관련 예산만 3백27억엔이다. 회담장 주변 수역에는 자위대의 호위함도 포진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