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기말고사 출제난이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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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J여고의 Y교사(36)는 이번주 치르고 있는 1학기 기말고사의 영어과목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보름 이상 밤잠을 설쳤다.

2002년 대입부터 학생들의 내신성적 평가기준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게 돼 문제를 어렵게 내면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이 당연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Y교사는 평균점수가 중간고사 때보다 20점 정도 높게 나오도록 하라는 학교측 지침을 받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Y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변별력이 흐려지면 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게 사실" 이라며 "그러나 다른 학교도 문제를 쉽게 내 어쩔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일선 고교교사들이 시험문제 난이도 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고2학생들이 대입시를 치르는 2002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이 커지고 학생들에 대한 성적평가가 석차배분율 대신 절대평가(수.우.미.양.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전주 W고 A교사(43)는 지난 5월 중간고사 때 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가 "내신성적이 나빠 아이들이 대학에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 는 학부모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다.

이에 A교사는 지난 기말고사 문제를 쉽게 출제했지만 이번엔 "내신성적이 차별화가 안된다" 는 상위권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서울 H고의 경우 지난 5월 중간고사를 치른 뒤 "다른 학교보다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 학생들의 성적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느냐" 는 학부모들의 거친 집단 항의를 받았다. 이에 학교측은 기말고사를 쉽게 출제해 일부 과목의 경우 평균점수가 80점대로 높아졌다.

군산 Y고교 L교사(49)는 "객관적인 출제기준이 없어 시험 때만 되면 교사들이 속앓이를 한다" 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부작용도 자주 빚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시내 26개 고교가 지난해 1학기에 내신성적을 부풀리다 적발돼 재시험을 보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 대입제도는 학생들의 학업 석차보다 전반적인 성취도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며 "학부모들이 학생 평가에 관여해서는 곤란하다" 고 말했다.

양영유.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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