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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슈베르트·슈만, 새해 당신들을 해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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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새해에 말러·슈베르트·슈만을 집중 연주하는 지휘자 정명훈·박영민과 피아니스트 윤철희. (왼쪽부터) 한 작곡가를 통해 음악의 넓은 세상을 찾아낼 계획이다. [서울시향·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즈·스테이지원 제공]

지휘자 정명훈(56)씨는 2006년 베토벤, 2007년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지휘자 박영민(44)씨는 2005년 베토벤의 극음악 만을 골라 3번, 올해 하이든의 심포니로만 4번의 연주를 열었다. 피아니스트 윤철희(42)씨는 올해 멘델스존의 실내악 음악을 3번에 걸쳐 조명했다. 한 작곡가에 심취했던 이들이 내년에 또 한번 ‘작곡가 해부’에 도전한다. 그들이 한 명의 작곡가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5년의 성적표를 위해=“기초를 다졌고, 이제 넓이를 넓혀야 한다.” 정명훈씨가 2007년 본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06년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을 맡은 그는 베토벤·브람스의 교향곡을 착실히 전곡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높였다. 독일 고전·낭만주의의 기틀을 세우고 닦은 작곡가 둘을 탐험한 후 내년 그가 지목한 대상은 말러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작곡가와 연출가의 개념을 결합한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민요와 서사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죽음에 대한 철학 등을 그는 교향곡의 장대한 흐름 안에 배치했다. 정씨가 “확실하고 정확하게 연주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다룰 수 있는 작곡가”라고 말러를 미뤄뒀던 이유다.

프랑스에서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을 이끌던 2004년 “말러를 지휘하기 위해 지휘자가 됐다”고 말했던 정씨는 말러의 탄생 150주년인 내년에 그의 교향곡 10곡 전곡 연주를 시작한다. 8월 26일 2번 교향곡으로 시작해 12월까지 네 곡을 연주하고, 나머지를 서거 100주기인 2011년 2월까지 끝내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이클은 곧 정씨가 조련한 서울시향 5년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잊혀진 음악을 찾으려=지휘자 박영민씨는 말러의 해를 슈베르트로 기린다. “슈베르트를 모르면 말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전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에 동감하며 내놓은 아이디어다.

그가 이끄는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즈는 3월 16일, 5월 25일, 8월 31일 3차례에 걸쳐 슈베르트를 훑는다. 가곡의 음악적 완성도와 인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오페라 ‘피에라브라스’와 잘 연주되지 않는 교향곡 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박씨는 “사람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오케스트라, 악기의 화성을 닮은 합창을 결합시킨 슈베르트는 말러 등 후대의 실험적인 작곡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그가 유럽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피에라브라스’의 악보를 구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까지 찾아갔던 이유다. 박씨는 “저평가됐던 슈베르트의 작품을 복원하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의 의무=피아니스트 윤철희(42)씨는 ‘작곡가 해부’를 올해 시작했다. 그는 내년 탄생 200주년을 맞은 쇼팽(1810~49)의 주요 작을 시리즈로 연주 중이다. 스케르초·발라드 등 피아노 작품을 5월·10월·12월에 훑었다. 내년 1월 14일에는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을 현악4중주와 함께하는 형식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2월 18일에는 즉흥곡·전주곡 등으로 쇼팽 대장정을 끝낸다.

윤씨의 새로운 목표는 쇼팽과 같은 해에 태어난 슈만(1810~56)이다. 그는 “상반기와 하반기 5번 정도의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며 “3중주에서 5중주까지의 실내악 작품과 피아노 음악 등 가능한 많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걸출한 피아니스트였던 슈만의 삶을 풀어내는 게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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