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드라마 키워드는 신분의 벽 넘는 천민 그리고 한국전쟁 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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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사극 열풍이 계속된다. 신분이 미천한 인물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탈출한 관노와 그를 쫓는 노비사냥꾼 대결을 다룰 KBS ‘추노’. [KBS 제공]

‘천출(賤出)’과 ‘한국전쟁’. 2010년 방송 3사 대작 드라마의 키워드다. 사극에선 천민 출신이 완강한 신분의 벽을 무너뜨린다. 또 한국전쟁 60년을 되새기는 블록버스터가 몰려온다. ‘선덕여왕’(MBC)과 ‘아이리스’(KBS)가 양분했던 올해보다 한층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계급 천정을 뚫고=포문은 SBS가 연다. 최초의 메디컬 사극을 표방하는 ‘제중원’은 ‘하얀 거탑’의 이기원 작가가 올 7월 발표한 소설이 원작.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의사이자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실존 인물 박서양을 모델로 한다. 최초 근대식 병원 ‘제중원(광혜원)’이 배경이다. 재능만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황정(박용우)의 권력·질투·우정을 녹인다. “진정한 인술의 세계를 펼쳐 보이겠다”는 야심 속에 현대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꼬집겠다는 뜻도 비친다. 월·화 70분물 36부작. 1월 4일 밤9시 55분 첫 방송된다.

또 다른 천민의 세계는 1월 6일 선보이는 KBS 수목물 ‘추노’에서 펼쳐진다. 추노(推奴)는 도망노비를 쫓는다는 뜻. 병자호란 직후 어지러운 조선 정치·사회가 배경이다. 탈출한 관노 송태하(오지호)와 그를 쫓는 노비사냥꾼 대길(장혁)의 대결이 핵심이다. 문경·익산·제주 등 전국 로케이션에서 총 69억원을 들여 빚어낸 고화질 영상에선 ‘사극스러움’을 두른 액션 로드무비가 느껴진다. 영화 ‘7급 공무원’의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3월엔 ‘사극의 달인’ 이병훈 PD가 ‘동이’(MBC 월화)를 들고 온다. ‘이산’의 김이영 작가와 다시 손잡고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일생을 그린다.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숙종 시대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PD는 “비록 정사(正史)에선 무수리로 천대받은 여인이지만 조선조 최고 현군(賢君)을 길러낸 품성과 교육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숙종에 지진희, 동이에 한효주가 확정됐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 시대와 구한말, 근대식 병원(제중원)과 구중 궁궐(동이) 등 배경은 달라도 모두 사회 밑바닥에서 최고를 향해 치닫는 과정이 초점이다. MBC 조중현 드라마국장은 “올해 ‘자명고’ ‘선덕여왕’ ‘천추태후’ 등 여걸들의 대결이 주를 이뤘지만, 내년엔 좀더 휴머니티에 가까운 사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포화의 기억=조부(祖父) 세대의 상흔이 젊은 세대에겐 진한 휴먼스토리와 스펙터클로 탈바꿈한다. MBC는 120억원짜리 16부작 전쟁물 ‘로드 넘버원’(극본 한지훈, 연출 이장수·김진민)을 6월 23일 첫 방송한다. 로드 넘버원((Road NO.1)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과 평양을 잇는 대표적인 통로였던 1번 국도의 의미. 소지섭이 머슴 출신의 거친 하사관 이장우를 맡아 ‘아이리스’의 이병헌을 잇는 ‘육식남’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제작을 맡은 로고스필름은 “미군의 한국전 참전을 비중 있게 그려 미국 본토에도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BS의 1970년대 중반 인기 주간극 ‘전우’도 되돌아온다. 동명의 리메이크 20부작(극본 이은상, 김필진)은 80년대 리메이크판에 이어 20여 년 만에 전선의 전우애와 극적 상황의 인간 군상을 되새긴다. SBS도 ‘6·25 새로운 조명 - 대전투’라는 타이틀로 주요 전투를 군사 전략·전술 측면에서 재조명한 다큐 드라마를 방영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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