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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800㎞ 종주로 노사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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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이 올해 1월 눈 덮인 대관령을 넘고 있다. 종주팀은 백두대간을 40구간으로 나눠 매달 한두 구간을 산행한다. [S&T중공업 제공]

어쩌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20개월째 빚어지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십 년 전만 해도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렀던 중소기업이 노사 화합을 위해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나서 800㎞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하고 있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남 창원의 S&T중공업이다. 백두대간을 40개의 구간으로 나눠, 한 달에 한두 차례 산행에 나서 구간들을 주파하고 있다. 도전은 이제 막 중간 고개를 넘어섰다.

이 무지막지한 도전은 지난해 4월 19일 시작됐다. 박재석(50) 사장을 비롯한 종주팀 11명이 이날 설악산 아래서 출정식을 치르고 진부령∼미시령 구간 15.6㎞를 완주했다. 대장정의 첫 발을 뗀 것이다. 19일엔 경북 김천의 황악산을 올라 구간 완주 20번을 채웠다. 이로써 전체 구간의 반절을 마쳤다. 여태 전진한 거리는 1000리 길에 이르는 401.23㎞. 백두대간 남측 구간(도상거리 788㎞)의 절반을 넘게 걸었다.

종주팀은 원래 11명이었다. 고등학생 때 산악부 활동을 했던 박 사장이 종주팀장을, 백두대간 종주 경험이 있는 박광호(차량생산2팀) 파트장이 등반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임직원이 속속 참가하면서 요즘 들어선 보통 20∼30명이 팀을 이루고 있으며, 중공업 중심의 행사가 S&T그룹 차원의 행사가 됐다.

지난해 6월 소백산 구간에서는 임직원 가족이 대거 동참해 무려 203명이 종주에 나서기도 했다. 두 달 전 ‘고3’ 아들과 복성이재 구간 종주에 참가했던 한효동(46·특차생산2팀)씨는 “아들에게 도전정신을 가르치고 싶어 동행했는데 끝까지 잘 견뎌준 아들이 대견했다”며 “백두대간 위에서 동료애는 물론 가족애까지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금강산·설악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주능선이다. 워낙 험하고 길어 숙련된 산악인만이 종주에 도전한다. 그러나 S&T그룹 종주팀은 온갖 역경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최대 난코스였던 공룡능선에선 1200∼1300m 봉우리 8개를 잇달아 지났고,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7시간을 걸어 대관령을 넘었으며, 화령재를 지날 땐 섭씨 34도가 넘는 무더위와 싸워 이겼다. 그러나 여태 사고 한 번 없었고, 낙오자 한 명 발생하지 않았다. 송주영 홍보팀장은 “종주에 참가한 연인원이 1491명이 된다”며 “S&T그룹의 백두대간 종주는 마산·창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자랑했다.

임직원 1200명의 S&T중공업은 올해 47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방위산업제품과 자동차부품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회사의 지난날은 그리 밝지 못했다. 회사의 전신 통일중공업은, 공권력이 6번이나 투입됐을 만큼 노사분규로 시끄러웠던 곳이다. 통일중공업은 M&A를 거쳐 2005년 S&T중공업이 됐고, 이듬해 5개 계열사를 거느린 S&T그룹이 출범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맨 처음 제안한 사람은, 지난해 2월 취임한 박재석 사장이다. 잦은 분규로 횡행해진 사내 갈등과 반목의 기운을 백두대간 위에서 훌훌 털어 버리고 싶었다. 박 사장은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산에서 함께 땀 흘리고 서로 격려하면서 어느새 백두대간 종주는 회사의 구심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전만 해도 만년 적자였던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360억 원을 달성했다.

백두대간 종주는 2011년 9월 13일 끝날 예정이다. 종주를 시작할 때 일찌감치 대장정의 마지막 날을 잡아놓았다. 여기엔 까닭이 있다.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는 그 날은, S&T그룹이 창립 5주년을 맞는 날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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