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대 후순위채·특판 예금 … 저금리 시대 해결사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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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재테크의 최대 고민거리는 ‘저금리’였다. 지난해 10월 연 5%였던 기준금리는 4개월 만에 2%까지 내려갔다. 유례가 없었던 ‘기준금리 2% 시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돈 굴리기가 녹록잖은 시대가 됐다.

그래도 틈새는 있었다. 시야가 넓은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만 쳐다보진 않았다. 후순위채권, 상호금융사 예금, 저축은행 특판예금 등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우체국 예금은 시장이 불안할 때 정거장 역할을 했다.

◆2금융권 틈새 상품=회사원 유재현(33)씨는 올해 초 집 근처 신용협동조합에 처음으로 예금을 했다. 비과세 예금을 활용하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서다. 당시는 목돈 1500만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던 때였다. 그는 “물가를 감안하면 은행 이자로는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농·수협의 단위조합 등 상호금융사에선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를 내지 않는다. 이들 금융사의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올해 초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연 4.26%)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세금을 뗀 실수령 이자는 108만1188원이다. 반면 신협 정기예금(연 6.34%)을 했다면 187만5372원의 이자를 받는다. 이자 차이가 79만원이 넘는다.

투자자들은 이런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높은 금리와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10월 말 기준 신협 예금 수신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26.5%, 새마을금고 예금은 1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예금은 9.6% 느는 데 그쳤다. 단, 이런 금융사들은 점포별로 서비스나 안정성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횡령 사고 여부나 재무구조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우체국 예금은 올해 초 반짝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높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은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되지만, 우체국 예금은 무제한으로 보장된다. 연초 우체국 예금 수신액은 47조원을 넘어섰으나 경기가 풀리면서 지금은 5조원 줄었다.

올해 초 증시 침체로 가입자들의 애를 태웠던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도 좋아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주식형으로 운용된 변액연금보험의 1년 수익률(23일 기준)은 적어도 11%가 넘는다. 신한탑플랜VUL의 ‘봉쥬르중남미주식형’은 68%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손실이 많았던 경우는 아직 누적 수익이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삼성생명 최영선 변액계정운용부장은 “변액연금보험은 단기에 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을 보고 가입해야 하는 노후 대비 상품”이라고 말했다.

◆후순위채 봇물=지난 9일 오후 동양종금증권 을지로 골드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이 회사가 연 7.7%의 후순위채 청약을 마감하는 날이었다. 경쟁률이 높아지자 원하는 금액만큼 후순위채를 배정받기 위해 급히 계좌이체를 해 청약액을 늘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1000억원 공모에는 4473억원이 몰렸다. 이 회사의 전율진 FICC트레이딩팀 과장은 “회사 신용등급(A등급)이 안정적인 데다 금리도 높아 인기를 끌었다”며 “개인뿐 아니라 소규모 금융사들도 청약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발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늘었다.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금융사들이 후한 조건을 내걸고 잇따라 발행한 것이다. 올해 발행된 후순위채는 5조2810억원에 이른다. 1월 발행된 외환은행 후순위채(연 7.3%)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5년6개월 만기 후에 4800만원(복리식 기준)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을 든 것보다 800만원 이상 더 받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연 8%대 금리의 저축은행 후순위채도 많았다. 지난 9월 솔로몬저축은행의 후순위채(금리 연 8.5%, 만기 5년1개월) 공모에는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1122억원이 몰렸다.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축은행들이 올해 초 판매한 연 8%대의 특판예금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후순위채는 발행한 회사가 망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3월에 발행된 일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청약은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정상영 PB팀장은 “장기로 돈이 묶이기 때문에 운용 자금의 일부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금융권 자본 확충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내년에는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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