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정책 수시로 바뀌니 5개년 계획 안 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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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EMC의 김경진 대표는 “세계 경제가 G2 중심으로 재편되면 한국은 양쪽 모두에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 이라며 “미국에는 전략적 거점과 생산기지 역할을, 중국에는 미국의 입김을 줄일 수 있는 ‘와일드 카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는 외국 기업인들의 단골 메뉴인 정치권의 비효율(46%)과 노동시장의 경직성(40%)을 또 지적했다.

이혁병 ADT캡스코리아 회장은 “내년에는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한국이 이를 기회로 삼으려면 노사 문제의 안정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내년 경제는 매우 긍정적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3~4%’를 가장 많이(36%) 꼽았으나 ‘4~5%’로 매우 높게 본 CEO도 32%나 됐다. 응답자 중 22%는 ‘2~3%’라고 답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양호하게 위기를 극복했거나 잘 대처했던 분야’는 48%가 수출 부진 문제 해결을 손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재정 부문에서 대처를 잘했다(44%)고 응답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 징후를 보였던 분야’는 46%가 ‘민생’ 부문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정책 불확실성’(26%)과 부동산(11%)을 지적했다.

개별 소속 회사로서 경제위기를 가장 크게 느낀 부문은 환율(22%)과 내수 감소(2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매출 감소’(14%), ‘투자 축소’(8%), ‘불확실한 미래’(8%)가 뒤를 이었다.

‘최근 두바이 쇼크가 전 세계적으로 소속 회사 사업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56%가 ‘아니다’, 38%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두바이 사태가 다국적기업에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내년도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선 대부분(78%)이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입 위주의 다국적기업 CEO들의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본사와 한국지사 간 문화차이 토로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CEO로 본사의 정책이나 지시 사항을 한국 지사에 적용 시 겪은 어려움이 있는가’에 대한 주관식 질문에는 없다(40%)보다 있다(60%)가 더 많았다. 만약 있다면 ‘사회적·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라 한 응답자가 12%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서영태 KCMC 회장은 “한국에서 20~30년 산 외국인들도 독특한 음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마케팅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의 본사는 이전에 다수만을 위한 마케팅 정책을 많이 폈지만 요즘은 소수를 무시해서는 기회를 잃고, 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1990년대 ‘지역 전문가’를 양성한 것이 최근 일본 유수의 전자업체를 따돌린 배경으로 보는 다국적기업이 많다”며 “지역 전문가를 통해 각국의 다양성을 인정한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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