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샘프러스 윔블던 4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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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잔디 코트의 제왕' 피트 샘프러스(28·미국)가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톱시드 샘프러스가 10일(한국시간) 런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두번이나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야생마’ 패트릭 래프터(12번 시드·호주)에 3-1(6-7,7-6,6-4,6-2)로 역전승,7번째 윔블던 타이틀을 차지했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 ‘로보트’라 불리는 샘프러스도 이 순간만큼은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눈을 가리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샘프러스는 이로써 윌리엄 렌쇼(영국)가 갖고 있던 윔블던 최다우승 기록(7회)과 타이를 이뤘고 메이저대회 13번째 타이틀을 획득,로이 에머슨(호주)의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기록(12회)도 경신했다.또 뷔에른 보리(스웨덴)에 이어 사상 6번째로 윔블던 4연패(1997∼2000년)도 달성했다.

샘프러스는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인 래프터를 맞아 최고 시속 2백14㎞의 광속 서비스로 27개의 서비스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성공시킨 서비스 에이스는 모두 1백21개였다.

샘프러스는 2회전에서 왼쪽발목을 크게 다쳤지만 침을 맞아가며 분전,네트 플레이에 집착하던 래프터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패싱 샷을 13개나 코트 구석에 꽂아 넣으며 3시간의 접전을 마무리지었다.

1세트가 비로 두번이나 중단된 경기에서 래프터는 초반 위력적인 서브 앤 발리로 1세트를 따냈다.하지만 이후 샘프러스의 강 서비스와 지능적인 플레이에 무릎을 꿇어 호주선수로는 13년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샘프러스는 우승상금으로 72만달러(약 7억9천만원),준우승자인 래프터는 36만달러(약 3억9천만원)를 각각 받았다.

정현목 기자

<샘프러스는…>

1백85㎝·77㎏ 체격의 피트 샘프러스는 ‘피스톨 피트’라 불릴 정도로 시속 2백㎞에 육박하는 총알 서비스가 주무기다.네트플레이에도 능하며 톱스핀 스트로크와 날카로운 패싱샷이 위력적이다.

미국 워싱턴 D.C 태생으로 7살에 라켓을 잡은 샘프러스는 1988년 프로에 입문해 90년 19세 1개월의 나이로 US오픈에서 우승,올리버 캠벨(미국)의 최연소 우승기록(19세 6개월)을 1백년만에 깨뜨려 주목을 받았다.

93년 윔블던 우승을 계기로 정상급 선수로 자리잡은 뒤 앤드리 애거시(30·미국)와 90년대 남자 테니스계를 사실상 양분해왔다.그러나 윔블던 7차례,US오픈 4차례,호주오픈에서 2차례 우승했지만 유독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 오픈과는 인연이 없어 그랜드 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동안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 투어 대회를 62차례나 제패하면서 세계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지금까지 3천9백50만달러(약 4백74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으며 지난달 영화배우 브리짓 윌슨과 약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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