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파문 갈수록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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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일이 2006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터진 스캔들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최종 투표에 불참해 독일이 한표 차로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뉴질랜드의 찰스 뎀시(78) 집행위원은 9일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회장직에서 사임하겠다" 고 발표했다.

뎀시는 귀국후 축구연맹으로부터 기권이유를 밝히라는 추궁과 함께 파면경고를 받자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채 서둘러 퇴임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선 월드컵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짐바브웨 축구클럽 디나모의 재정담당 갓프레이 자파자파는 "아프리카가 월드컵을 거부하자" 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나이지리아의 한 신문도 '최선의 선택은 월드컵 불참' 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남아프리카와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태국 등 아시아계 집행위원들이 독일을 지지한데 대해서도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남아공 신문 선데이타임스는 9일 '아시아계 집행위원 4명이 축구 아닌 돈 때문에 의리를 저버렸다' 며 '특히 한국이 독일을 민 것은 양국의 자동차 제휴와 관련이 있다' 고 주장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도 '아시아의 몰표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늘려달라는 아시아의 요구를 외면한 국제축구연맹(FIFA) 블라터 회장에 대한 복수극' 이라며 '블라터는 권좌에서 쫓겨날 운명을 맞을 수 있다' 고 주장했다.

FIFA는 재투표 요구를 일축하고 있지만 파문이 갈수록 증폭되자 곧바로 내부 조사에 나서는 등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독일을 밀면 돈을 주겠다' 는 내용이 담긴, 집행위원들의 호텔방에 배달된 괴편지는 독일의 풍자잡지 티타닉이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잡지는 8일 FIFA에 이를 실토하고 "집행위원들의 청렴도를 떠보기 위했던 것" 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독일축구연맹(DFB)은 '명예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 며 소송을 내기로 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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