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물에너지에 주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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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일 치솟는 유가가 국제경제에 큰 주름살을 만들고 있다. 실업이 늘고 잘 나가던 경제에 제동이 걸리는 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 등 여느 국가를 가리지 않고 연일 고유가 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울상이다. 산유국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다.

*** 잡목.짚으로 알콜 생산

그러나 최근 대체 에너지로 미국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생물에너지를 잘 개발하면 고유가를 해결하고 원유 의존도도 크게 낮출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생물에너지의 원료는 잡목.짚.풀.옥수수 대 등 지천에 깔려 있는 식물. 이런 원료는 태양이 있는 한 무한한 자원이다.

이것들을 잘 가공하면 싼값에 대량으로 알콜(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고 석유와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대용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콜도 석유나 다름없이 불이 잘 붙어 자동차.냉난방 연료 등 각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잡목이나 짚 등으로부터 알콜을 생산하는 방법은 쌀이나 고구마 등 곡물로 술을 담그는 것이나 비슷하다. 잡목을 예로 들면 발효가 잘 되도록 잘게 자르고 고온.고압으로 찐 다음 효소와 효모로 발효시켜 알콜을 생산한다.

곡물로 알콜을 만들어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류의 식량난을 부채질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쓸모가 적고 무한정 많은 식물류를 알콜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대체에너지다. 생물에너지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은 이외에 많다. 석유는 얼마 가지 않아 바닥이 난다.

자원 전문가들은 지구상에는 앞으로 30~40년 정도 파낼 석유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석유자원이 줄어들수록 산유국들의 석유자원 무기화는 더 거세질 것이다. 생물에너지는 이런 산유국의 휘둘림에 대한 대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생물에너지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일산화탄소.아황산가스 등 공해물질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연소 때 일부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은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사용되므로 청정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지구를 더 이상 찌들지 않게 하는 데도 이 에너지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이점이 많은 생물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물에너지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반짝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경제성이 낮고 석유파동도 가라앉자 '언제 그랬냐' 는 듯 연구 붐은 사그라들어 버렸다.

상당수의 나라에서는 산업화는 엄두도 못낸 채 학술적인 연구수준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형편이 돼버렸다.

그러나 미국은 20여년간 에너지부 중심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미국 국립 재생에너지연구소에만 태양열.풍력.지열.조력.생물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용으로 연간 2억달러의 연구비가 지원되는데 이 중 생물에너지분야에 2천만달러 정도를 할당받고 있다. 20여년간 이어져 온 연구개발 투자다.

*** 美 국가차원서 개발.보급

이 덕에 알콜 생산단가(1갤런에 1.2달러)는 아직 휘발유(50~70센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여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세계 최초의 상업용 알콜 생산공장을 미국과 캐나다에 짓고 있을 정도로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생물에너지의 가능성을 확인한 미국은 이의 개발.보급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생물에너지의 사용량을 향후 10년간 3배로 늘려 자동차 7천만대에서 내뿜는 양의 매연을 줄이고, 2백억달러의 농촌 수입증가를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은 2090년까지 생물자원으로부터 알콜생산을 총 액체연료 생산량의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기술개발과 생물에너지 원료로 사용 가능한 식물성 자원과 폐기물을 찾아내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일부 연구소와 학계 등에서 이를 연구하고는 있지만 미국 수준을 따라오기에는 연구력이나 정부투자 등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이라도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생물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돌릴 때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도 이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 크다.

김경헌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원.생물화학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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