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협상의 기초부터 배워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충북도내 유일한 3차진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이 한달이 넘도록 파업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닷새동안 약 30시간에 걸친 노사협상을 벌였지만 파업36일째인 5일 오후 11시40분쯤 끝내 결렬을 선언하고 말았다.

이날 밤 협상은 이원종(李元鐘)도지사가 경고했던 공권력 투입예정일을 이틀이나 넘겨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대학총장.시민단체.노동사무소 등의 중재도 허사였다. 쟁점의 하나였던 노조간부 징계건만 보자.

사측은 당초 노조간부에 대해 '5명해고' 에서 2명해고로, 총장 중재 뒤에는 해고없이 인사위원회 재심 및 선처약속 등으로 물러서는 제스쳐를 보였다.

그러나 막판에 그 대가로 응급실 등 근무중단이 곤란한 부서원(약 80명)의 파업참여불가를 명문화하자는 무리한 요구를 내놨다.

노조도 "파업시에도 응급실 등에는 필수인원을 투입, 정상가동을 도왔다" 는 종래의 입장을 연장하면 '비정지 업무직' 이 단협에 신설되는 문제에는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

그동안 보여준 양측의 협상자세도 마찬가지. 노조는 적자경영에 아랑곳없이 '무노동무임금' 수용불가를 외치고 교섭장에서 원장등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사측은 파벌조장과 보복인사 등으로 노조무력화에 집착했다. 사측은 임시인력 투입도 검토 중이다.

아무도 파업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을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사 모두 "대화의 창은 열어놨다" 지만 자신들의 입장은 고수한 채 상대방의 변화만 요구하고 있다.

당장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직권중재도 어려운 형편이다. 공권력투입에 의한 강제 정상화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노사 양측 모두 협상의 기초부터 재교육받아야 할 판인데 그럴 시간은 없고… '윈윈' 이 뭔지도 모르면서 협상 대표를 자처하고 나서는 양측 모두 한심할 따름이다.

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