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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병앓는 콘크리트] 4. 지하철등 중성화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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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콘크리트 구조물은 공학적으로 50년을 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중성화 대비가 소홀해 유지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명도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1998년 서울시가 부식상태를 조사해 긴급 보수한 17개 구조물의 경우 준공된 지 10년이 안된 곳이 1곳, 11~20년 5곳, 21~30년 11곳이었다. 이 조사에서 철근 부식의 원인은 52%가 중성화였다.

◇ 실태〓중성화는 이산화탄소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공기 질이 나쁜 지하 구조물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그런데도 1차 보호막인 콘크리트 덮개조차 규정(4㎝)이하로 시공된 곳이 지난 3월 감사원 감사에서 여러곳 발견됐다. 1·4호선에는 두께 1.5㎝ 안팎도 드러났고 2.3호선에서도 2.3~2.4㎝인 지점이 있었다.

반면 중성화 깊이는 1·3·4호선에서 이미 3㎝를 넘어선 곳이 있어 콘크리트 덮개가 얇은 곳에서는 중성화로 인한 철근 부식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공사 관계자는 "7~8개 역 주변에서 철근 부식이 일어났다" 고 말했다.

98년 '지하철 구조물 내구성 확보를 위한 연구' 에 나타난 실태는 더 심각하다.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아현구간에선 30년 이상 된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3~7㎝의 중성화 깊이를 보이고 있다. 지하철 3호선 교대~화물터미널, 4호선 미아삼거리~길음, 수유~쌍문 등 5개 구간에서도 일반치보다 3년을 초과한 중성화 현상이 발견됐다.

특히 지하철 구간의 경우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많은데다 습도가 40~60%로 높아 중성화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지하철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시간당 4백33ppm이며 1~4호선은 모두 평균치가 5백ppm을 넘어서고 있다. 시청·역삼역 등 13개역은 시간당 6백ppm을 넘는다.

그러나 사람에게 큰 영향이 없는 수치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관리는 부실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인천·대구 등 대도시 지하철도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허술한 조사와 대응〓서울시가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에서도 중성화 조사는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중성화 진행을 조사해야 할 부분에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조사를 해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2호선 한양대~잠실간 고가구조물의 경우 외관조사로는 철근콘크리트 주형과 슬래브 밑부분 등에 철근 노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곳의 중성화 조사는 하지 않은 채 교각 부위를 측정했다.

지하철 3·4호선 고가구간에 대한 지하철공사의 정밀진단에서도 피복 두께가 양호해 거의 모든 측정구간에서 중성화 정도가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자료를 보면 상계~노원, 노원~창동 구간은 중성화가 철근의 위치까지 도달한 것으로 돼 있어 지하철공사가 중성화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지·관리 예산이 부족한 것도 구조물 부실 관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담당자들의 해명이다.

현재 서울시가 시설물 유지·관리에 들이는 돈은 연간 2천7백억원 가량인데 99%를 문제가 발생한 구조물 보수에 배정하고, 진단·점검 예산은 19억여원에 불과하다.

관계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 처리에도 힘이 드는데 중성화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태도다.

한국재난연구원의 윤영조(尹泳朝)박사는 "허술한 관리로 인해 건물을 다시 부수고 새로 짓는 식의 비효율적인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 며 "선진국의 경우 매년 시설물 건설비와 유지·관리비가 대등한 수준" 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콘크리트재료연구실의 김홍삼(金洪三)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주변 환경이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재료와 공법을 사용하도록 시방서에 명시돼 있다" 고 소개했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도움말 주신분]

▶서울시립대 이창수 교수

▶대진대 김성수 교수

▶대구대 정재동 교수

▶중앙대 정영수 교수

▶한국재난연구원 윤영조 박사

▶한국건설방식연구소 이사장 이의호 박사

[특별취재팀]

▶사회부〓음성직 수석전문위원, 하재식 기자

▶전국부〓김석기 차장 김영훈 기자

▶경제부〓이재훈 기자

▶산업부〓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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