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루키 20 [12] 미래에셋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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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해 7월 미래에셋증권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한 강재웅(27)씨.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유학을 가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학점은 2.74(4.5점 만점). 요즘 대졸 구직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런 그를 이 회사는 ‘대표 신입사원’으로 추천했다. 인사담당 박민 과장은 “입사를 위한 최소 학점이 3.0이지만 다른 요소가 뛰어나면 기준 이하여도 상관없다”며 “강씨는 금융맨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준비해온 점이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2005년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벌링턴 인베스트먼트(Berlington Investment)에서 인턴을 했다. “인턴 채용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회사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다. 면접 기회라도 달라’고 했죠. 결국 대학 시절 마지막 방학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나중에 강씨에게 “면접 취소 연락을 했을 때 ‘그래도 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당신뿐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씨는 그곳에서 기업 분석 보고서 작성을 도왔다. 멘토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근 경영 실적 그래프가 필요하다’고 하면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해 만드는 식이었다. 자료를 찾을 수 없으면 직접 전화해 요청했다. 강씨는 “지금 회사에선 당연한 일인데 당시엔 처음이라 낯설었다”며 “그때 경험이 지금의 업무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턴 시절 그는 일과 시간 이후까지 남아 업무를 도왔다.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이었지만 재미있었기 때문에 자청했다. 멘토는 강씨에게 “일을 그렇게 좋아하니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꼭 금융 관련 업무를 해보라”고 권했다.

# 준비된 금융맨 찾습니다

금융맨이 되기 위한 준비는 군 시절에도 계속됐다. 강씨는 2006년 12월 입대했다. 이등병 때부터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준비했다. 일과 중에는 책을 볼 수 없었다. 그는 “공부하고 싶은 병사를 위해 부대에서 오후 10시부터 한두 시간씩 시간을 줬다”며 “동료가 잠든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참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 2007년 6월, 첫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같은 해 12월. 휴가를 낸 그는 다시 시험을 봤다. 1년가량의 준비 끝에 CFA 1급 (Lv.1)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그는 “군에서 틈날 때마다 금융 관련 서적을 읽었다”며 “자격증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접한 책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금융 관련 자격증은 지원자의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는 척도”라며 “군 시절에도 금융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는 책도 군에서 읽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쓴 책이다. 강씨는 “‘제조업에 비해 뒤처진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해당 책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한 임원이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 방향을 짚어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토대로 답했습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 금융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고 했죠.” 박 과장은 “미래에셋은 다섯 곳에 현지 법인을 두는 등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회사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은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강씨는 회사 지원을 앞두고 영업점에 들렀다. 펀드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회사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창구에서 상담을 받았다”며 “입사를 위한 마지막 준비였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금융계는 자격증을 따는 등 한 우물만 판 지원자가 많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충실

강씨는 자산운용리서치팀에서 일한다. 오전 7시까지 출근한다. 전날 미국 증시 상황을 요약해 8시30분 회의 때 보고한다. 한국 증시가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식시장 동향을 점검한다. 장이 끝나면 오늘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슈는 뭐였는지 분석한다. 다음 날 주식 시장도 전망한다. 강씨는 “영문 보고서를 분석해야 할 때가 많다”며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애쓴다. 금융 관련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한 강좌부터 자격증 강좌까지 갖췄다.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수강할 수도 있다. 온라인 교육도 가능하다. 강씨는 연수 시절부터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박 과장은 “금융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이는 회사가 적극 지원해 준다”며 “해외 경영전문대학원(MBA) 연수 기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입사 후 강씨는 ‘주관 있는 전망을 제시하라’는 주문을 자주 받았다. 그는 “뉴스·보고서 등 기본 자료를 읽은 다음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전망을 제시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 10월부터 주간 전망 자료를 만들고 있다. 처음 서툴렀을 때는 주말에도 사무실로 출근해 보고서와 씨름했다. 강씨는 “내가 만든 전망 보고서대로 시장이 움직였을 때 기분이 짜릿하다”고 했다.

포르투갈어를 전공한 강씨의 입사 동기는 얼마 전 브라질로 떠났다. 해외 법인이 진출하면서 선발됐다. 강씨는 “금융 전문가로 성장해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자기소개서엔 …

수업시간에 그룹 프레젠테이션 과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백인 학생만 리더로 뽑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교수님께 “제가 하고 싶다. 잘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결국 수업에서 유일한 아시아인 리더로 뽑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적이 있습니다. 편견·고정관념으로 인해 원치 않는 불이익을 당할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자신감을 바탕으로 설득한다면 불가능은 없을 거라는 개척정신을 배웠습니다.


◆대표 루키

본지는 10대 그룹과 업종별 10개 기업에 대표 신입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했다. 기업은 자체 논의를 거쳐 대표자를 추천했다. 인사담당자들은 “공채에서 가장 뽑고 싶은 유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에셋증권 입사 어떻게

인턴 수료자는 서류전형 면제
1차면접 합격 땐 외국어 평가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설립된 투자전문그룹 미래에셋의 주력 계열사다.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업체다. ‘기본에 충실한 투자’(Building on Principles)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국내 자산관리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중국·영국·홍콩·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베이징에 현지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브라질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열정과 비전을 가진 창조적 인재, 열린 마음을 가진 글로벌 인재,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도전적·능동적 인재, 자기계발과 배움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전문가형 인재, 따뜻한 인간적 매력과 건전한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지원자격은.

“국내외 4년제 대학 졸업자·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원분야 관련 전공자 및 금융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전형 과정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1차 면접 및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1차 면접 합격자는 외국어 회화능력 평가(OPIc)를 실시한다. 영어 회화 실력을 갖추면 입사에 유리하다. 이후 신체검사 및 영어 테스트·임원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입사지원서에 희망 연봉을 적는 난이 있는데.

“비우고 제출해도 된다.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 없는 항목이다.”

-서류전형 팁을 준다면.

“미래에셋증권 인재상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게 좋다. 왜 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인턴 수료자에게는 신입사원 공채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준다.”

-외국대학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주는지.

“따로 가산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본부·리서치 부서에 지원할 경우 외국어 실력을 고려한다.”

-면접 전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1차 면접에서 인성 면접·역할 면접을 진행한다. 토론·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평가한다. 풍부한 독서·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이다.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한다.”

-면접 팁을 준다면.

“잔재주를 가진 사람보다 기초가 튼튼한 인재를 선호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길고 자세하게 답하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질문에 신속·간략하게 답하는 게 좋다. 금융 자격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 개수를 드러내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갖췄다는 점을 드러내는 게 낫다.”

자료:인크루트 www.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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