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대구의 밤…공원등 북새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달 들어 열대야(熱帶夜)현상으로 대구시민들이 연일 '잠 못 이루는 밤' 을 보내고 있다.

5일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1일과 3일 하루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25.2도를 기록하는 등 25도를 넘어서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2, 4일 기온은 25도를 밑돌긴 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져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장마전선의 남하로 고기압대가 자리하면서 밤낮의 기온이 예년보다 2~3도씩 높다" 며 "9일께나 돼야 비가 내리면서 무더위도 한풀 꺾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 발디딜 틈 없는 공원〓밤 10시 가족과 함께 더위를 피해 두류공원으로 나온 최영석(55.서구 내당동)씨는 "집안에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며 "올 여름나기가 걱정" 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두류공원의 경우 요즘 매일 밤 3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가족 단위로 음식물을 준비해 새벽까지 시원한 바람을 쐬는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도심 공원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도 새벽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리를 뜨지 않아 시민들의 밤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 생맥주로 더위 식히자〓4일 밤 11시 달서구 용산동 주택가의 생맥주집인 C타운.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의 주민 20여명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밖에 있는 테이블 네곳도 채워져 빈 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 손님 鄭모(45)씨는 "더위를 식히기엔 시원한 맥주가 최고 아니냐" 고 반문했다. 무더위로 동네 생맥주집마다 주민들이 몰려 열대야 특수를 톡톡이 누리고 있다.

◇ 올빼미 쇼핑족도 활기〓야간 쇼핑객도 부쩍 늘어났다.

북구 칠성동의 할인점 홈플러스는 며칠전부터 오후 8~10시의 쇼핑객이 7천~8천명에 이르고 있다. 평소보다 30%정도 늘어난 숫자다.

대부분 가족단위인 쇼핑객들은 어린이를 카트에 태우고 시장을 보며 더위도 식혀 문을 닫는 10시까지 발디딜 틈이 없다.

동구의 까르푸, 달서구의 이마트, 북구의 코스트코 홀세일 등 다른 할인점들도 더위를 피해 나온 쇼핑객들로 연일 북적대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 박지성씨는 "열대야 탓에 시민들의 쇼핑패턴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아파트 벤치마다 주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팔공산 등지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아 밤 교통량도 부쩍 늘고 있다.

정기환.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