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마케팅의 결합, 도시가 갤러리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6호 31면

소통은 공공예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상점 간판에서 도로 표지판까지 과거 도시의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적이고 단순히 기능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 도시의 커뮤니케이션은 보다 ‘아름다운 소통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시도 가운데 하나가 빛의 과학이 결합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거대한 규모의 건물들의 파사드를 장식하는 것이다.

빛을 활용해 도시 스케일의 예술적인 풍경을 창조해 나가는 방법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10여 년 전 한 전시에서 도시의 광고 전광판을 활용해 영상 작품을 상영한 적이 있다. 당시 그 작품은 예상치 못한 관객을 창출했고, 도시 전체를 예술적 특성을 머금은 갤러리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도시 환경을 예술 콘텐트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활용하는 방식은 서울시의 ‘미디어 페스티벌(미디어시티 서울)’에서 종종 활용돼 왔다. 종각에 위치한 SK 신사옥은 건물 주변·외벽·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영상을 보여 주고, 건물 외관을 빛의 극적인 효과를 만드는 장치들로 꾸며 첨단 통신기업의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이는 미술 작품을 부각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시도다. 요즘은 이런 방식으로 순수미술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미디어 파사드 혹은 미디어 월의 확산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대중과 예술을 매개하는 전시기획자의 입장에서 이런 시도는 광고 마케팅 영역과 예술 작품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두 분야는 모두 대중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시각예술은 주관적·개념적 언어들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런 시각예술은, 기업이 공공성이 확보되는 방식의 마케팅과 결합하면서 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

소통의 콘텐트를 창출하는 작가들이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까지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들의 힘이 필요하다. 마케팅 전문가 입장에서도 강렬하고 감성적인 시각예술은 훌륭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시각예술과 결합한 마케팅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시적인 스케일의 미디어 파사드는 강력한 소통의 가능성이 있어 기왕 대중과 호흡을 맞추고자 한다면 미술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그 기획이 지속적이고 첨단기술과 마케팅 전략, 공공예술로서 미술의 삼박자가 균형을 잘 맞출 수만 있다면 말이다.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를 결합한 말이다. 건물 외벽을 대형 스크린처럼 꾸며 여러 가지 콘텐트를 대중에게 선뵈는 것이다. 주로 LED조명이나 빔프로젝트의 밝기와 색상을 조절해 형태와 움직임을 표현한다. ‘미디어 월’ ‘미디어 아트’라고도 한다. LED조명의 발달과 함께 대형화되고 콘텐트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움직이는 콘텐트를 큰 화면 형태로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도심이 어지럽게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