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자민련 교섭단체 놓고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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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선 민주당.자민련.한나라당 등 3당 총무의 릴레이 총무회담이 열렸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고창-부안)총무와 자민련 오장섭(吳長燮.예산)총무가 먼저 만났다.

▶吳총무〓상임위(운영위)에 법안 처리를 위한 상정을 안해주면 앞으로 모든 표결에 불참하겠다.

▶鄭총무〓일단 상정은 시키겠다. 제안설명까지도 듣겠다. 그러나 표결은 강행처리할 수 없다.

곧이어 鄭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군위-의성)총무와 만났다.

▶정창화 총무〓교섭단체 요건 완화법안을 상정하는 순간 우리는 여당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갈 방침인 것으로 알겠다.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 잘 판단하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극과 극을 달리는 요구 사이에 낀 정균환 총무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이날 운영위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5일부터 열릴 제213회 임시국회는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 이란 암초를 만났다. 민주당으로선 자민련과의 공조를 택하자니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이란 상황을 맞게 될 처지고, 한나라당 입장을 들어주자니 자민련과의 표결 공조를 포기해야 한다.

특히 새 임시국회에선 약사법 개정.정부조직 개편.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자민련의 표결 불참은 물론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 엄포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민주당 당직자)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도 직접 나서 문제 해결을 위해 분주하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 3일 밤 신당동 자택으로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를 방문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교섭단체 완화안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표결행위에 불참하겠다" 는 의원총회 결의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JP는 4일 교섭단체 해법의 하나로 나도는 민주당과의 합당설에 대해 "절대로 어느 당에 흡수되거나 타협해 당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자민련이 국회 일정 거부가 아니라 표결 불참으로 압박하고 있어 일단 5일 개회식과 시정연설(추경예산)의 일정은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중요 안건의 표결처리 전까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회 파행이란 상황을 맞을 수 있어 초조해하고 있다.

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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