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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현대 계열분리 정말 뜻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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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월 마지막 날, 현대그룹은 금강산 개발사업 등 대북(對北)사업에선 진전이 있었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주주와 투자자에게 약속한 구조조정 작업은 마무리짓지 못했다.

현대는 1998년부터 추진한 구조조정 작업의 핵심으로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를 꼽으면서 그 시한을 6월 말로 잡았다. 현대는 시한인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했지만 현장에서 반려당했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는 98년 이후 '21세기 발전전략' '구조조정 계획' '경영개선 계획' 이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계열분리를 10여차례 약속했다.

특히 현대투신과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불거진 올 3월 이후 여섯차례나 현대자동차를 그룹에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몽구.몽헌 형제 회장의 경영권다툼 끝에 몽헌회장이 단독회장이 된 지난 3월 24일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1주일 뒤인 3월 31일에는 정몽헌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의 21세기 발전전략' 을 발표하면서 또 언급했다.

그 뒤에도 ▶5월 4일 현대투신 조기정상화 방안▶5월 25일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기자회견▶5월 28일 채권단의 경영개선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5월 31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퇴진선언과 경영개선 계획 등 한달에 네차례나 회견을 자청해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를 단골 메뉴로 강조했다.

현대는 대외적으론 이같이 현대차를 분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적으론 鄭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늘려나갔다.

현대는 지난 5월 말 鄭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0.1%에서 6.8%로 늘린데 이어 지난달 27일 현대건설이 갖고 있던 자동차 지분 2.18%를 또 사들였다.

鄭전명예회장은 이제 9.08%의 현대차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이튿날인 28일 현대그룹의 말이 달라졌다. 공정거래법상 현대차를 분리하려면 특수관계인인 鄭전명예회장의 지분을 3%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이것이 곤란하므로 현대차를 남겨 두고 나머지 계열사를 현대에서 떼어내겠다고 발표했다.

현대 관계자는 "명예회장 본인이 현대차와 국가산업의 발전을 고려해 그렇게 투자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느냐" 며 30일 역계열분리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한 것이다.

현대그룹이 당초 분리하겠다는 현대차 소그룹은 6개사며, 28일 번복한 대로라면 건설.중공업 등 25개사가 떨어져나온다는 얘기다.

자산을 보면 자동차 소그룹이 26조원인데 비해 나머지 25개 계열사는 그 2.6배인 64조원이다.

현대로선 투자자와 주주에게 약속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이행해 먼저 신뢰를 얻어야 대북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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