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강국' 하면 흔히 월트 디즈니의 아성이 굳건한 미국과 '아니메' 라는 일본식 발음을 전세계에 퍼뜨린 일본을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상업성에서는 다소 뒤쳐질 지 몰라도 개별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데서는 유럽 애니메이션의 발전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EBS '애니토피아' (일 오후 4시)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유럽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러시아.프랑스.영국.동유럽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한다.
2일 '러시아' 편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5대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유리 놀슈테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러시아 국민음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음악에 맞춰 제작한 '켈제네츠 전투' 등 놀슈테인의 작품은 심리적인 율동과 영상의 미묘한 조화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
9일 방송하는 프랑스편에서는 사회적 풍자 성향이 강한 폴 그리모와 종이 애니메이션에 빼어난 기량을 발휘해온 르네 랄루의 작품을 소개한다.
르네 랄루의 '미개의 혹성' 은 원시 문명과 고도로 발전한 기계 문명이 공존하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아 SF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애니토피아' 가 소개할 이들 유럽 애니메이션 영상자료는 그동안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것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6일 방송할 영국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도 개봉,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기법과 유머 감각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월리스와 그로밋' 을 제작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영국 애니메이션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동물농장' 의 감독 존 할라스, '스노우맨' 으로 유명한 감독 레이먼드 브릭스도 빼놓을 수 없다.
특집 마지막회인 23일은 헝가리, 폴란드, 체코 작가들의 시간. 1983년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폴란드 감독 비니예프 리진스키의 '탱고' 등 동구권 작품을 소개한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