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주부 ‘골드파티’ 못 끼면 왕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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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최근 미국 주부 사이에서 ‘골드파티(Gold Party)’가 유행이다. 금을 사 모으자는 게 아니라 장롱 속 금붙이를 가져다 파는 파티다. 1950년대 플라스틱 그릇 타파웨어, 70년대 메리케이 화장품에 이어 이번엔 금이 주부 파티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금값이 올 초 온스당 850달러에서 최근 11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나타난 새 풍속도다.

코네티컷주 로웨이톤에 사는 주부 크리스틴 스미스는 주변에 사는 친구 5명을 집으로 불렀다. 친구들은 오랫동안 장롱 속에 방치해 뒀던 금붙이를 꺼내왔다. 색 바랜 목걸이, 짝이 안 맞는 귀고리, 유행이 지난 브로치, 손가락에 맞지 않게 된 반지도 나왔다. 참석자들이 가져온 금붙이는 골드파티를 주관하는 회사에서 파견한 전문가가 즉석에서 감정했다. 한 친구는 610달러 수표를 받아 들고 “공돈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파티를 주선한 스미스는 이날 금 거래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받았다.

골드파티가 주부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간편하고 믿을 수 있어서다. 전당포나 보석상에서도 금을 현금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당포를 출입하기엔 이웃의 눈이 무섭고 금은방은 몇 푼 안 되는 금붙이를 들고 가기가 민망하다. 이와 달리 골드파티에는 믿을 수 있는 이웃만 모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골드파티가 유행하자 이를 주관하는 개인회사도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골드파티’라고만 쳐도 수십 개 사이트가 바로 뜰 정도다. 일각에선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웃집에서 여는 파티’라는 점이 소비자의 경계 심리를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저울을 속이거나 금의 순도를 엉터리로 감정해도 소비자로선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골드파티를 규제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달리 골드파티 전문회사는 전당포나 보석상의 횡포를 골드파티가 견제했다는 입장이다. 80여 명의 감정사를 거느린 미시간주 마이 골드파티 대표 재뉴어리 토머스는 “갈수록 경쟁이 심해져 가격을 속인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다만 업계 질서를 잡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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