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 "2억 굴비 업자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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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전해진 '굴비상자 2억원'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B건설 대표 이모(54)씨와 안상수 인천시장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음이 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안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B건설 대표 이모(54)씨를 지난 7월께 집앞 카페에서 단둘이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시장은 일찍부터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 업체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이날 안 시장의 여동생 미자(51)씨를 재소환해 돈을 전달받은 시점과 사전에 돈 전달자인 B건설 대표 이모씨의 로비 의도를 알았는지, 돈 받은 사실을 안 시장에게 알렸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미자씨는 경찰의 출두 요청을 하루 동안 미뤄오다 이날 오후 2시10분 자진 출두했다. 그는 출두 직전 변호사와 장시간 상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자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빠가 해외 출장 중이던 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30대 남자가 굴비상자 두개를 현관에 놓고 갔으며 돈이 담긴 상자인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해 이날 오후 8시쯤 귀가시켰다.

그러나 이날 새벽 구속된 이씨는 "지난달 24일 송도 신도시 내 공사를 따낼 목적으로 1억원씩 든 굴비상자 두개를 안 시장 여동생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문제의 돈이 대가성 뇌물임을 시인했다. 경찰은 미자씨의 진술이 이씨의 진술과 엇갈려 오는 30일쯤 다시 소환해 이씨와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미자씨가 상자에 굴비가 아닌 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받았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혐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돈을 전달받은 시점이 지난달 28일이 아닌 24일로 보고 있다. 이씨가 24일 돈을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미자씨의 전화통화 내역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돈을 1주일 가까이 갖고 있었던 이유와 안 시장도 이를 알았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안 시장 소환 조사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

인천=정기환.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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