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선도 마케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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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시아나항공 윤영두 사장(앞줄 왼쪽에서 다섯째)과 김재현 서울 강서구청장(앞줄 오른쪽에서 넷째)은 23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산타모자를 쓰고 소외 계층을 위한 ‘사랑의 쌀 나눔’ 행사를 열었다. 20㎏짜리 쌀 500포를 강서구 내 20개 주민자치센터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 기업들의 자선 마케팅이 한창이다. 일회성 기금 전달이 아닌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대세다. 좋은 일도 하면서 고객 충성도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국 트렌드 조사 전문기관 트렌드워치는 기부 마케팅 확산 이유로 ‘G세대’의 부상을 들고 있다. G세대란 관대함·나눔을 뜻하는 제너러서티( Generosity)의 첫 글자를 딴 세대. 기부나 나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을 일컫는다. 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의 나눔사업본부 윤보애 간사는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기업이 가진 장점을 기부하는 재능 기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갭(Gap)은 ‘2010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을 통해 10일까지 4000원의 기금을 후원하는 고객에게 갭과 굿네이버스가 제작한 입체 트리 카드를 선물하는 행사를 벌였다. 후원금은 국내외 결식 아동들의 식사 지원에 사용한다. 내년 1월 초까지 명동눈스퀘어·서울역·센트럴시티에서 가두 캠페인도 벌인다.

하이마트는 지난달 전국 동시세일 기간 동안에 김치냉장고를 한 대 판매할 때마다 1000원씩을 적립했다. 총 11만 대의 김치냉장고가 팔려 적립금에 해당하는 100대의 김치냉장고를 전국 아동복지시설에 21일 기증했다. 하이마트는 기증받은 김치를 한꺼번에 보관할 곳이 없어 고민하는 복지시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김치냉장고 기증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GS샵은 인터넷과 TV홈쇼핑으로 1만2000원에 털실과 바늘 등을 사서 모자를 직접 뜨면 판매 수익금과 모자까지 최빈국 아프리카 말리의 보건의료 후원금으로 보내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키트’를 팔고 있다. 이달 초까지 1억80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GS샵 조성구 상무는 “단순한 금액 기부는 기업 경영에 추가적인 플러스 효과가 없지만 고객 참여를 통한 기부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디앤샵은 윈도 페인팅 아티스트 나난이 디자인하고 작곡가 마이큐의 캐럴을 함께 담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카드 배경음악인 캐럴은 음원 사이트에서 판매해 수익금을 불우 이웃 돕기에 전액 기부할 예정. 기부 캠페인을 진행한 뒤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창문을 장식하는 윈도 페인팅 트리 제품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었다.

CJ제일제당도 내년 1월 17일까지 온라인몰 CJ 온마트 회원이 자투리 적립금을 기부하면 기부한 적립금에 10%를 더한 금액만큼의 햇반을 불우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도미노피자는 이달 들어 다섯 차례 구세군 자선 냄비에 기부하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갓 구운 피자를 나눠 줬다.

자선을 위해 특별 제품을 따로 제작한 경우도 있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은 전국 매장에서 특별 제작된 ‘탠탈라이징 립 버터’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 전액은 에이즈 예방 활동에 쓰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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