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4년새 44.6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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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올 9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실제 거래 가격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에 비해 30.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은 44.6% 뛰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동북권(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성동·광진구)이 63.9%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인천(62.9%)이었다.

국토해양부는 23일 앞으로 매달 하순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발표하기로 하고, 2006년 1월부터 올 9월까지의 월별 통계를 공개했다. 지수는 2006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조사 시점의 거래가격 변동을 상대값으로 표시한 것이다. 두 번 이상 거래된 동일 주택의 가격 변동률을 가지고 만든다. 아파트의 단지·면적·동과 층 그룹(1~2층, 중간층, 최상층)이 같으면 동일 주택으로 간주한다. 지수 발표는 석 달 늦게 이뤄진다. 현행법이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실거래가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실거래가 지수와 달리 정부가 그간 국가 승인 통계로 사용한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는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주택 중에서 표본을 뽑아 작성해왔다. 거래가 있었을 경우엔 실거래가를, 없었을 때는 중개업소가 입력한 ‘거래 가능 가격’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 지수가 전체 주택시장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면, 실거래가 지수는 실제 거래 동향을 가감 없이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실거래가 지수의 발표로 아파트 거래의 움직임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금융위기가 심했던 지난해 12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6개월 전에 비해 7.4% 떨어졌다. 반면 KB국민은행 지수는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경기가 나아진 올해는 9월 실거래가 지수가 지난해 말에 비해 9.2% 뛰었지만 KB국민은행 지수는 같은 기간 0.7%만 상승했다.

서울은 편차가 더 컸다.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18.9% 하락했다가 올 들어 9월까지 23.7% 급등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KB국민은행 지수는 2.5% 떨어졌다가 2.3% 오른 것으로 나왔다. 국토부 도태호 주택정책관은 “국민이 체감하는 주택가격 변동률에는 실거래가 지수가 더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동 폭이 크다는 게 장점만은 아니다. 아파트 거래가 시장 침체기에는 급매물, 회복기에는 수익성 높은 재건축과 입지가 좋은 우량 매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거래 상황은 보다 잘 반영해도 전체 시장 가격을 나타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KB국민은행 지수는 아파트의 경우 매주, 전체 주택은 매달 발표된다. 반면 실거래가 지수는 아파트만 집계되고, 거래 시점으로부터 석 달이나 늦게 공개된다. 도태호 주택정책관은 “앞으로 실거래가 지수와 KB국민은행 지수를 병행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하·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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