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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그후 지금은] 유난히 많았던 아동 성폭행, 제도 보완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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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해는 아동을 상대로한 성범죄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초등학생을 4차례나 성추행해 교도소에 복역하다 출소 5개월 만에 또다시 여중생을 성추행한 영어강사, 10세 미만의 여자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방문 학습지 교사, 정신질환 초등생을 성폭행한 50대, 이달 들어서도 경기도의 한 보육원 원장이 자신이 돌보던 여자 어린이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이같은 잇단 사건으로 외국과 비교해 형량이 너무 낮다거나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점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문제점들이 집중 거론됐다.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한 여러 제도가 학계, 정ㆍ관계 등에서 봇물처럼 쏟아졌다.

'성폭행 아동 대변인제', '아동 성범죄 피해자 고소 기간 성인 이후까지 연장', '아동 성범죄자 유기징역 상한 최대 50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CCTV 설치' 등이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이들 제도나 법은 대부분 국회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현재 진행상황을 짚어 본다.

◇유기징역 상한 최대 50년 연장=한나라당은 이달 초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유기징역의 상한을 최대 50년으로 연장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을 개정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현행 15년인 유기징역 상한을 30년으로 하되 가중처벌 시 50년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의 나이를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개정한다.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부착기간도 현재 최장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린다. 현재 이 법안은 법사위에 회부돼 내 논의를 앞두고 있다.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아동 상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징역형을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이때 병합심사될 예정이다. 법안은 법사위 통과 후 본회의에 상정되고 여기서 의결되면 정부에 이송된다.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전문가가 대변=지난 2월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 확대를 막기 위해 ‘전문가가 아동의 진술을 조사ㆍ분석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를 수사ㆍ재판하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추가적인 성폭력 발생 여부를 찾아내고 피해자의 진술을 돕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가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대변인이 되는 것이다. 현재 이 개정안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됐고 당정이 낸 관련 법안과 병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또 수사·재판과정에서 반복 진술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영상녹화조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고소 기간 연장=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아동 성범죄 피해자의 고소 기간을 성인이 된 이후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개정안은 성범죄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6개월까지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는 성범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까지 고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개정안은 발의만 된 상태로 소관 상임위에는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지난 달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형의 감경과 선고유예ㆍ집행유예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아동ㆍ청소년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 접근할 수 없도록 주거 등을 제한하는 ‘사회격리조치’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사위에 상정돼 논의를 마쳤고 이 역시 당정이 낸 법안과 병합 심사를 할 예정이다.

◇‘음주 범행’ 앞으로는 이렇게=8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범인 조두순의 경우 범행 당시 만취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던 점 등이 인정돼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12년형이 선고됐었다. 이후 형량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일었다. 앞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를 위해 술을 마신 범죄자는 가중 처벌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아동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했다. 범행시 술을 먹었어도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면 양형 감경요소로 고려하지 않고, 범행을 위해 술을 먹어 심신미약에 이르렀다면 감경이 아닌 가중사유로 반영하기로 했다.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 육기환 소장(분당차병원 아동정신과 교수)은 “아동성범죄와 관련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기 일인양 여러 제도들을 쏟아내지만 바로 잊혀져 버린다. 제2의 조두순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인 안전장치가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성범죄 피해 아동의 진술을 돕는 전문가 양성 등 성범죄 관련한 법안과 예산안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2009 그 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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