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 재개 논란을 보며] 식용 위한 포경보다 고래관광이 더 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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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연차총회를 앞두고 포경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포경의 역사는 인류의 생태계 잔인사와 같다. 포경은 1848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20~30년 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1800년대 말에 고래는 이미 멸종으로 치달았다. 한국은 해방 후 울산과 포항을 중심으로 포경을 시작했는데 이때 이미 참고래.귀신고래 등 대형고래류는 씨가 거의 마른 상태였다.

국제사회도 급기야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의 모든 포경을 금지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1970~80년대 서구사회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환경운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다를 고래 피로 물들인 잔인한 포경 현장에서 작은 고무보트 하나에 의지하여 포경선의 작살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그린피스의 활동 사진은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포경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포경금지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동해에 고래가 돌아왔다고 종종 보도되지만 대부분 돌고래 종류다. 과거 귀신고래로 불리던 그레이 훼일(Grey Whale)은 여전히 한국 연근해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주장과 비슷하게 포경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고래 고기가 오래된 자국의 음식문화임을 내세워 노골적으로 포경 재개를 요구하는 나라다. 일본은 생태 조사를 위해 일부 포경을 해야 한다는 소위 '과학 포경'을 내세우며 매년 수백 마리씩 잡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단백질이 부족했던 과거, 고래 고기는 일부 지역에서 음식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고래를 엄격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지난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올해 국제포경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가 분명하게 파악한 것은 과거 포경을 했던 나라도 이제는 고래관광(Whale Watching)으로 크게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주 정부는 고래를 잡지 않고 오히려 보호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해안습지인 갯벌을 매립하지 않고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더니 간척이나 어업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는 독일 갯벌국립공원 관계자의 말과 다르지 않다.

2005년 고래 회의 개최를 계기로 울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수산업계, 그리고 정치권과 환경운동계가 모여 지혜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포경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고래관광의 가능성에 대한 주장들을 꺼내놓고 허심탄회한 토론과 논쟁을 갖는다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바다 생태계를 잘 보호하고 무분별한 어업 활동을 제한할 때 한국은 3면이 바다인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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