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속 폭풍' 서영훈대표 교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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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주(21일) 만나 뵀을 때만 해도 (김대중 대통령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 가라' 고 하셨는데. "

26일 오전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당 일각에서 나온 대표교체설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아침 효창공원에서 있은 백범기념관 건립기공식에서 金대통령과 만난 사실도 소개하며 "악수할 때(손을 잡은) 강도변화가 없던데" 라고 말했다.

그는 金대통령이 직접 지침을 내리지 않는 한 집권당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비슷한 시간, 청와대와 민주당의 일각. 일부 관계자들은 "조만간 徐대표가 물러나고 김영배(金令培)의원이 대행을 맡을 것" "7월말 임기만료되는 대한적십자사 정원식(鄭元植)총재 후임으로 徐대표가 가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좋다" 는 얘기를 약속이나 한 듯 쏟아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의 실질적인 당 장악력을 인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들은 權고문이 지난 22일 金대통령과 단독면담한 뒤 최고위원 출마→이인제 고문과 제휴방침을 밝히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金대통령이 徐대표를 교체하겠다는 의중을 權고문에게 드러냈다" 는 얘기도 여권 일각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나 동교동계에서 權고문과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측은 "徐대표 교체설은 얼굴없는 무책임한 공세" 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대표의 불쾌감이 청와대로 즉각 전달됐다.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은 金대통령과 면담하고 나온 뒤 "徐대표 교체설은 전혀 사실과 다른 추측이다. 8월 전당대회 전까진 (교체)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고 정리했다.

대표교체설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난 듯하다. 그러나 8월 전당대회에서 교체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 대회 뒤 徐대표가 차기 주자군을 관리하는데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따라서 '적십자맨' (대한적십자에서 29년간 활동)인 徐대표가 8.15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지휘하기 위해 스스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당적(黨籍)은 물론 국회의원 배지도 떼어야만 하는 적십자사 총재자리를 徐대표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대표실 주변에선 "徐대표 흔들기 뒤엔 여권 내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 동교동계 내부의 갈등과 알력이 숨어 있다" 고 지적했다.

복잡한 당내 사정상 이 문제는 金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를 해야 할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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