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또 다른 모델은 중국 전통의 보석함이나 향낭 모양으로 된 핸드백을 들고 나왔다.
샤넬은 이런 장인들의 노력을 한군데 모아 ‘공방 컬렉션’이란 독특한 패션쇼를 열고 있다. 여름·겨울 두 차례인데 올겨울 시즌 패션쇼는 이달 3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됐다. 상하이 황푸 강변에 마련된 행사의 이름은 ‘샤넬 파리-상하이 패션쇼’였다. ‘파리-상하이’라고 표기한 이유는 이번 ‘공방 컬렉션’의 주제가 상하이였기 때문이다.
‘공방 컬렉션’은 프레타 포르테 패션쇼나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패션쇼와 달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게 아니다. 컬렉션에 주된 영감을 제공한 도시에서 개최된다. 프랑스 장인 정신의 대표인 공방에선 한 세기 넘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전통 방식 그대로의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공방 컬렉션’은 이런 전통 기술에 새로운 창의성을 부여하기 위한 무대다. 샤넬은 특히 다른 도시의 문화적 감수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자수에 쓰일 바탕 그림이든, 모자 위에 올려질 깃털 장식이든 프랑스 전통의 것만으로 디자인 하는 것보다 다른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창의성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방 컬렉션’은 그래서 프랑스 밖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돌아가며 열린다. 올 6월 ‘공방 컬렉션’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샤넬 쪽 보도 자료에 따르면 황푸 강변에 마련된 패션쇼장은 ‘푸둥의 환상적인 야경 자체가 패션 쇼장의 배경 역할을 했고 샤넬에선 무대만 준비하면 됐다’고 한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동영상은 샤넬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고 아이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패션쇼에 초대된 VIP 손님이 아닌 일반 인터넷 사용자와 아이폰 이용자 모두 ‘샤넬 파리-상하이 패션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메이드 인 차이나’에는 ‘저가’ ‘싸구려’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샤넬 파리-상하이 패션쇼’처럼 명품 브랜드 상품에 중국적인 요소를 듬뿍 담는 기회가 계속 늘어난다면? 곧 ‘메이드 인 코리아’보다 더 매력적인 ‘메이드 인 차이나’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대중 문화계의 한류를 홍보하는 것만큼이나 예술적인 우리의 전통 공예를 세계화하는 데도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강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