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 최안나
쉬쉬해 왔던 낙태문제 제기
“불법 낙태 단속”정부 약속 받아내
최안나
그런데 올 10월 낙태 문제가 갑자기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진앙지’는 낙태를 쉬쉬해 왔던 산부인과 의사들이었다. 30~40대 젊은 산부인과 개업의들의 모임인 ‘진오비’(GYNOB·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의 영어 약자)가 “내년부터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산부인과 개업의 최안나(43) 대변인 등 회원들이 처음 문제를 제기하자 주변에선 ‘계란으로 바위 치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최 대변인은 오전에만 진료하고 오후에는 낙태 근절운동에 ‘올인’했다. 그는 낙태 의사를 신고 받는 ‘낙파라치’를 도입하고, 낙태를 단속하지 않는 보건당국과 사법당국까지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사회가 시끄러워졌다. 가장 먼저 반발한 건 다급해진 산부인과 의사회 내부였다. 일부 의사들은 최 대변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최 대변인은 “또라이 소리를 듣고 있지만 낙태 근절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정부의 정책을 낙태 방치에서 근절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청와대도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에 최 대변인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향후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불법 낙태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안혜리 기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나영이 두 번 울린 사회와 싸우겠다”
성폭력 피해 아동 보호·관심 이끌어
신의진
신 교수는 치료뿐 아니라 나영이에게 상처를 준 이 사회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성폭력 피해 아동을 1000명 이상 진료해 온 경험이 힘이 됐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10월 31일자 1면)에서 “고통 받는 나영이에게 여러 차례 진술을 반복시킨 검찰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떠올리기 괴로운 기억을 여러 번 불러내 2차 피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환자 보호를 소홀히 한 의사, 아동 성폭행 사건에 무지한 여성부에 대한 비난도 가차없이 쏟아냈다.
이후 사회 각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신 교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을 비롯해 20대 청년, 의료업체, 미국 한인모임 등 수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본격적으로 나영이를 비롯한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해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의사협회는 ‘의료 기동반’을 꾸리겠다고 나섰다. 경찰과 공조해 사건 현장에 의사를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 교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담당자 한두 명에게 경고하고 범인의 형량을 좀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서울대 합격 카마숨바
학업 꿈 접었던 잠비아 학생 ‘코리안 드림’
카마숨바
켄트가 자란 잠비아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다. 특히 그의 고향은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200㎞나 떨어진 오지였다. 그는 들녘에서 딴 과일과 야채로 하루 한 끼만 먹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랐다. 켄트는 한 학년이 2000명이 넘는 ‘천막 교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고향에 있는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에 갈 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이때 우연히 경남 산청 지리산고의 의뢰를 받고 한국에서 공부할 학생을 찾고 있던 백예철 선교사의 눈에 띄었다. 지리산고는 형편이 어려워 일반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는 국내외 학생을 무료로 공부시키는 대안학교다. 켄트는 “한국의 경제부흥 비법을 배워 고국을 잘살게 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4월 지리산고 3학년에 편입한 지 7개월 만에 서울대에 합격했다.
김상진 기자
택시 기사 정태성씨
MK택시서 배운 서비스 정신 전파 … 유명 강사로 부상
정태성
기사가 나간 뒤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지금까지 30여 곳의 강단에 섰다. 그는 최근 연 120만원의 회비를 내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 대상 경영정보사이트에 가입했다. 어떤 손님을 만나도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려면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본업인 택시 운전은 놓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택시 서비스에 한계는 없다”며 “서비스를 더 공부하기 위해 석사 학위를 따면 박사 과정에도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