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라운지] 첨단 수술실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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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대장암으로 타계한 만화가 고우영씨. 그는 2002년 대장을 완전 절제하기 위해 병원 수술실에 들어가서 주변을 살피다 간호사에게 핀잔(?)을 받았다. 만화에 참고하려는 호기심이 수술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게 한 것일까.

수술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일반인들은 수술대와 무영등(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조명), 칼과 핀셋, 심전도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파란색과 초록색 산소통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는 매우 고전적이거나 또는 의원급 정도의 수술실이다. 30~40개의 방을 가진 대학병원 수술실은 좀 더 복잡하고 과학적이다.

수술실에는 로젯(Rosette)이란 단위가 쓰인다. 로젯은 장미꽃 장식 또는 꽃잎이 방사상으로 난 모양을 말한다. 가운데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수술실이 꽃잎처럼 붙어 있다는 뜻이다. 로젯의 중심이 되는 빈방은 무균실이다. 이곳에 소독된 수술기구들을 보관했다가 재빠르게 수술실로 공급한다. 대학병원급은 이런 로젯이 여러 개 있어 A로젯은 정형외과가, B로젯은 신경외과가 사용하는 식으로 영역구분을 하고 있다.

수술실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감염이다. 수술실은 먼지와 세균을 걸러낸 공기가 천장에서 내려와 바닥으로 빠져나가도록 공조시설을 했다. 이러한 공기의 순환 때문에 수술실 문이 열려도 외부공기가 유입되지 않는다. 또 바닥은 정전기를 일으키지 않도록 방전처리했다.

수술실의 내부온도는 20~21도로 썰렁하다. 수술복에 가운을 덧입고, 수술모자와 마스크까지 한 의사가 덥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낮은 온도는 수술로 노출된 혈관을 수축시켜 지혈에도 도움을 준다.

무영등은 그림자가 없으면서도 엄청나게 밝다. 보통 16만~17만 룩스로 60W짜리(1200룩스) 형광등의 150배 밝기다. 이 조명은 열이 나지 않으면서 자연광에 가까운 파장으로 눈의 피로를 덜 느끼게 한다. 그래도 췌장암이나 심장수술 등 깊숙한 부위를 수술할 때 의사는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착용한다.

수술실도 첨단화되고 있다. 요즘엔 수술실의 대명사인 칼(메스) 대신 전기절단기가 쓰인다. 정확하면서도 지혈효과가 있어 수술시간이 많이 줄었다.

4일 문을 연 세브란스 수술실에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가 들어와 있다. 수술을 하면서 종양을 제대로 떼어냈는지 즉석에서 영상을 얻어 수술의 정확도를 높인다. 로봇도 들어와 있다. 의사가 동작을 하면 로봇이 동작을 흉내내 수술을 한다. 가격은 MRI 20억원, 로봇 25억원대다. 값비싼 수술실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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