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환자 몰려 응급실 '폭발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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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의료계의 집단폐업 사흘째인 22일 대형병원 응급실과 보건소는 몰려드는 환자들로 크게 붐볐다.

특히 폐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요구로 강제 퇴원했던 환자들이 상태가 악화돼 다시 응급실을 찾는 U턴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비상 응급체계의 대책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

응급실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탈진 직전이었고 서울 종로5가 일대 대형약국에선 시민들의 약 사재기로 의약품 품귀 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유방암 환자 이모씨는 지난 4월부터 이 병원에서 일반치료를 받아왔으나 지난 20일 병원측의 요구로 강제 퇴원했다. 이씨는 고통을 참지못해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상태가 악화됐다"는 진단결과를 받아야 했다.

지난 19일 재입원을 거부당해 집으로 돌아간 간암환자 김모씨도 이날 새벽 갑자기 피를 토하는 등 증세가 위급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의 경우 이날 오후 6백여명의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장기간 기다려야 했다.

이대 목동병원과 여의도 성모병원·보라매 병원등도 평소보다 3~4배 이상의 환자들이 몰려 일부 환자들은 병상이 아닌 바닥에 누워있었다.

비상진료에 나서고 있는 교수·의사들도 탈진 직전까지 몰려 정상진료에 차질이 우려될 정도였다.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한양대병원 이모(54)교수는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피로가 쌓여 혹시라도 일을 제대로 못할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양영유·강갑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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