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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최근 아들(초4)과 키성장 클리닉을 찾은 주부 박영선(43·강남구 수서동)씨는 깜짝 놀랐다. 마른 편이어서 걱정했던 아들이 경도비만 진단을 받은 것. 박씨는 비만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는 전문의의 설명에 걱정이 앞섰다.

과체중, 높은 체지방률은 성조숙증 원인

성조숙증 어린이가 늘고 있다. 성조숙증이란 초경·수염·체모·몽정 등 2차 성징이 또래 평균보다 일찍 나타나는 ‘조기 성장’을 뜻한다. 서구화된 음식, 환경 호르몬,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과체중도 빼놓을 수 없다.

체내 지방이 많으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렙틴’ 호르몬이 증가해 성장발육에 영향을 미친다. 즉, 살이 찔수록 2차 성징이 빨라지고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다. 성호르몬이 적절히 분비되면 뼈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2차 성징이 나타날 정도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힌다. 성장 가능한 시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신장과 체중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만 여부는 실제 체성분 검사를 했을 때 정확하게 나온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가슴 멍울이나 수염·체중(30kg 이상) 등 눈에 보이는 수치나 신체변화를 보고 성조숙증으로 진단하면 성장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그보다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 여학생(초2)이 가슴에 멍울이 생긴 후에야 내원했습니다. 신장 127cm, 체중 28kg으로 또래보다 약간 통통했지만 통상적으로 보면 성조숙증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죠. 하지만 검사 결과 체지방률이 높은 비만아로 진단 받았습니다.”

이 여학생은 체중과 상관 없이 체지방률이 높아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학생은 30kg, 남학생은 45kg 정도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여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거나 체중이 30kg이상이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비만으로 인한 성조숙증인 경우 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체지방을 감소시키면 2차 성징을 지연시킬 수 있다. 또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면 1년 이상 초경이 늦어지고 성장기간이 늘어나 최종키가 6~8cm 더 클 수 있다.

성조숙증 치료 시 성장률도 고려해야

박 원장은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동안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성장률 저하”라며 “이 경우 초경이 지연되더라도 예상 최종키가 작아지므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4학년 권수진(가명·초진 당시 137cm)양이 그런 사례다. 한 병원에서 성조숙증으로 최종키가 155cm라는 진단을 받은 후 다른 병원에서 성조숙증 치료를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골다공증이 나타났다. 치료전에는 1년에 6cm가 자란 반면 치료 중에는 1년에 3cm 밖에 크지 않았다. 이후 박 원장을 찾은 권양은 초경지연 처방과 함께 운동·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19개월 동안 16cm가 컸다. 초경 또한 16개월 지연되는 결과를 얻었다. 지난달에 측정한 권양의 키는 153cm. 예상 최종키는 163cm다. 이처럼 성조숙증 치료는 초경지연 뿐만 아니라 성장률 증가도 이뤄져야 한다.

키성장 치료를 받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임상사례가 다양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현재 성장판 검사를 이용한 최종키 평가방법은 유럽과 미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10cm 이상 오차가 난다”며 “임상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정확하게 검사받고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비만으로 인한 성조숙증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 치료한다. 사진은 운동장비 ‘휴버’를 이용한 치료 장면.

▶도움말=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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