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9년 연속 1위 코카콜라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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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올 2월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CEO) 무타 켄트(사진) 회장이 한국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7시간의 짧은 일정임에도 그는 한 시간 동안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코카콜라 제품의 판매량과 진열 위치, 소비자의 음료 구매 행태를 살폈다. 이어 마트를 나서던 그는 느닷없이 떡볶이 포장마차를 들여다봤다. 그러곤 “왜 여기엔 음료를 시원하게 하는 쿨러가 없느냐”고 물었다. 순간 한국지사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켄트 회장은 각 나라를 방문해 성과 점검을 중시한다”며 “특히 현지 매장을 둘러보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현지 국가에 생산을 맡기고 본사는 마케팅에만 주력하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의 모델을 가장 앞서 구현한 글로벌 기업으로 꼽힌다. 켄트 회장이 떡볶이 가게에서 쿨러를 찾은 것도 마케팅 보완점을 지적한 셈이다.

# 내년 1월 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명의 젊은이가 세계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코카콜라가 판매되는 206개 나라를 1년 동안 다니며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소개할 예정이다. 독일 유치원 교사와 벨기에·멕시코 대학생들인데, 코카콜라의 ‘희망원정대 206’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이들은 내년 4월께 서울에 온다.

영국 브랜드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와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올 9월 공동 발표한 ‘올해의 100대 글로벌 브랜드’에서 코카콜라는 1위를 했다. 9년 연속 정상이다. 80조원이 넘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비결 중 하나는 120여 년의 역사 속에 이 회사가 펼쳐온 글로벌 마케팅이다.

①뉴미디어로 감성 자극=코카콜라는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마케팅을 일찍부터 선보였다. 1920~30년대 대공황기 때 이 회사는 ‘힘들 땐 코크와 함께(When it’s hard to get started, start with Coca-col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 올 4월 시작한 캠페인은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속에 코카콜라 병 뚜껑을 따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으라는 인상을 전한다.

특히 뉴미디어를 즐겨 활용한다. 블로그 등 다양한 온라인 수단을 이용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마케팅’을 한다. 코카콜라는 미국 사회연결망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33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희망원정대로 나선 이들이 각국에서 느끼는 점 역시 자체 사이트에서 생중계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를 통해 전달된다.

②그린과 스포츠=코카콜라는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에 열심이다. 후원재단을 설립해 북극곰의 안전을 위한 순찰 활동과 보존 작업, 북극의 환경보호 연구를 지원한다. 후원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반인이 모금에 참여하도록 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포장용기 재활용 운동도 각국에서 펼 계획이라고 한다. ‘그린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주요 수단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역사도 길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 출전 선수에게 공짜로 콜라를 나눠준 것은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로 꼽힌다. 이미 60년 전에 월드컵경기장 내 광고를 시작했다.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서도 스위스에서 남아공까지 이동하는 ‘월드컵 트로피 투어’ 이벤트를 하고 있다.

③캐릭터를 만들어라=요즘 흔히 떠올리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는 코카콜라의 연출품이다. 원래 산타는 장난꾸러기 꼬마요정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1931년 코카콜라의 잡지광고 담당자가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붉은 색 외투에 풍성한 하얀 수염을 가진 산타 할아버지를 탄생시켰다. 수십 년간의 일관된 마케팅 결과 코카콜라만의 산타는 세계인의 산타가 됐다. 요즘도 이 회사는 제품을 캐릭터와 함께 등장시키는 기법을 자주 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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