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한나라, 대선 패배 후 '네티즌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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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보수가 먹히는 이유는 뭘까.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 덕을 톡톡히 본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인터넷은 영원히 우리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은 달랐다. 인터넷을 선점당하고 대선 패배란 쓴맛을 곱씹었다.

한나라당이 대선과 총선 연패 뒤 인터넷 정당을 내세우며 네티즌 공략에 나설 때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효과가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예컨대 한나라당 홈페이지는 3.1절을 앞두고 '온라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였다.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땐 '독도 배너 태극기 무료 배포 운동'도 전개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정치적 접근은 필요 없다"는 방침을 적용했다.

지난 4월엔 정병국 의원의 '지구를 지켜라', 박진 의원의 '돌고래 통신', 이계진 의원의 '어린 왕자에게' 등 톡톡 튀는 '한칼(한나라 칼럼)'을 개설하는 등 홈페이지를 업그레이드했다. 이에 네티즌들도 반응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고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들었다. 기획위원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은 "진보 진영이 인터넷에 먼저 진을 쳤지만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진지 속에 움츠리고 있었고, 새로운 네티즌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담론을 만들어 갔다"고 분석했다. 실제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는 당 관련 정보가 대부분이다. 게시판의 경우 당원 간의 일방적 주장과 상호 비난이 난무한다. 일반 네티즌들이 방문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싸이월드.블로그 등 영향력이 강한 신종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인터넷 대표주자로 불리는 유시민 의원의 경우에도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한 것이 2004년 12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보다 10개월 뒤졌다. 인터넷에서 진보 진영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 여당 관계자는 "인터넷은 우리 세상이란 자만과 오만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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