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의료개혁] 2. 의료서비스 나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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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약분업이 되면서 국민의 부담은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사나 약사들은 부담이 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돼야 하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늘어나는 부담〓의약분업이 시행되면 1조5천4백37억원이 더 들어간다는 게 당국의 추정이다.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든, 보험료를 올리든 부담은 모두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이중 4천6백여억원에 대해서는 의료보험료를 올려 충당할 계획이다. 약국만 이용하던 환자들이 병원에 들러 처방전을 끊어야 하는 경우 바로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

보건복지부는 2천3백53만여건으로 추정하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만 해도 6천1백75억원이다. 7월 의료보험 통합으로 직장인의 43%인 2백17만명의 보험료가 최고 50% 올라간다.

또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많을 경우 의보조합에서 보조하던 본인부담금 보상금 지원액도 축소됐다.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5월 재산기준이 바뀌면서 2.1%, 2월 소득기준이 바뀌면서 2% 올랐다.

◇ 서비스는 제자리〓병원에 찾아가 2시간 기다리고 5분 진료받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약국에서 해결하던 환자들 상당수가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잉진료도 예상된다. 초기감기 등 가벼운 환자인데도 일부 의사들은 처방전료(3일치 기준 2천8백63원)를 받기 위해 약을 처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서울 은평구 A내과 원장은 "처방전료가 생김에 따라 약을 안먹어도 되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끊어주는 사례가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약사들의 임의조제로 환자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수입 보전을 위해서는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 비보험 처치행위가 지금보다 더 늘 것이라 보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의보수가가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개업 의사들은 그동안 약값마진.MRI 등으로 버텨왔으나 약값 마진이 없어지면서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다" 고 말했다. 결국 현재보다 환자를 더 많이 봐야 하는 만큼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은 줄어들 전망이다.

약국에서 처방전 끼워팔기는 못하겠지만 일부 약사들은 맘대로 팔 수 있는 일반약에 비싼 수입약을 떠안기거나 영양제를 권하는 등의 행위가 예상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약사는 "드링크나 영양제는 일반약이기 때문에 끼워팔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약사도 "분업이 되면 처방약 조제는 포기하고 건강식품이나 영양제.한약 등으로 수지를 맞춰나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 처방전을 여러 번 이용하는 경우도 예상된다.

가령 몸살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한 번은 제대로 조제하고 다음부터는 약국에서 종전 처방전의 약을 사는 경우다. 몸살약은 대개 일반약으로 처방하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가 가능하다.

◇ 전문가 제언〓대형 병원 등 3차 진료기관은 지금까지 절반 가량의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았는데 의약분업이 되면 약 처방이 늘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처방전료를 진찰료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처방전 발행 건수가 줄어들고 약사의 조제행위가 줄어 반발이 만만찮을 것인 만큼 적정선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약사들의 끼워팔기를 줄이기 위해선 현재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돼 있는 약품 분류를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 약사들의 상담이 필요한 일반약,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약으로 나누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의사들의 진찰료와 약사들의 조제료를 더 현실화시키는 방안이다.

진찰료를 높이면 환자를 많이 안봐도 돼 과잉행위가 줄어들 것이고, 조제료를 올리면 약사들이 굳이 일반약으로 수입을 올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취재팀

◇도움말 주신분=을지의과대학 박윤형교수,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연구조정실장,연세대 이규식교수,대한약사회 원희목 총무위원장,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 사무국장,김성수 변호사,김인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민주의사회 장진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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