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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투기꾼들 "철원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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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강원도 철원 일대 토지시장이 어지럽다. 경기도 파주.문산.연천 등지에서 땅 투자를 하던 이들이 철원 쪽으로 넘어가 땅값을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 북부지역의 토지시장을 주도하던 파주 일대가 지난달 25일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이자 투기세력이 규제가 없는 철원 일대로 몰려간 것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철원군 동송읍과 서면 와수리 등지에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최근 두 달 새 땅값이 20% 넘게 뛰었다. 외지인들은 전답을 주로 사재기하고 있는데, 도로변은 평당 5~7만원, 안쪽은 평당 2만~3만원을 호가한다. 철원 일대 전답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평당 1만~2만원이 고작이었다. 입지가 좋은 도로변도 평당 4만~5만원 선이었으며 그나마 거래도 뜸했다.

그러나 파주 등지에서 규제를 피해 몰려든 투기꾼들이 쓸 만한 전답을 매입하면서 최근 호가가 갑자기 오른 것. 철원 신도시 개발 소문이 난데 없이 나돈 것도 투기 바람에 한몫했다.

문제는 외지에서 건너온 전문 투기꾼들이 시장을 교란해 일반인들이 뒤늦게 뛰어들 경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특별한 개발계획이 있어 토지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땅을 사거나, 건축 목적으로 매입하기보다는 단기 차익을 겨냥한 '폭탄 돌리기식' 거래가 대부분이다.

파주 흙부동산 관계자는 "주식 투자하듯이 단순 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대부분이다. 외지인끼리 치고받는 식이다. 어느 정도 값이 올라 전문 투기꾼들이 빠져나가면 막바지에 구입한 이들만 오랫동안 돈이 묶여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 토지 전문가 김진한씨는 "철원 땅 투자는 선도 세력이 발을 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냉각될 수 있으므로 신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며 "특별한 개발 재료가 나오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에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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