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가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출판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이씨는 최근 디즈니의 출판 자회사인 하이페리온 이스트 사(社)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번역판을 2001년 봄에 출간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책 가격의 10%를 기본인세로 받고 5천부 이상 판매되면 12.5%, 1만부 이상이면 15%로 판매부수에 따라 인세를 인상하는 조건이다. 이는 미국 내 다른 유명 저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다. '우리들의…' 은 번역이 완전히 끝났으며 책의 얼굴인 표지 디자인도 마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 진출함으로써 이씨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이페리온 이스트는 제3국 작가 발굴에 적극적인 출판사라는 평을 얻고 있다. 분기별로 책 한 권만 출간하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통해 저자를 부각하는 전략을 취해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우리들의‥' 이 사실상 인쇄만을 남겨둔 상태인데도 굳이 내년 봄으로 출간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그 사이 미국 내에서 이문열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
지난 1993년 프랑스 출판사 악트 수드(Acte Sud)와 계약을 맺고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에 이미 몇권의 번역본을 선보였던 이씨는 98년 와일리 에이전시와 새롭게 해외 전속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출판사 선정과 계약조건 등을 책임지고 있는 와일리 에이전시는 영국에 본사를 둔 대형 출판 에이전시로 보르헤스와 칼비노 등 비 영어권 유명작가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씨를 담당하고 있는 와일리의 어진경씨는 "교포작가 아닌 한국출신 작가의 작품이 미국 출판사 레이블로 시장에 소개되는 것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처음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와일리와 계약을 맺기 전 이씨의 책은 프랑스에서 7권,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각각 1권씩이 출간돼 지금까지 모두 3만여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와일리는 미국 외에도 최근 스페인.그리스 출판사와도 계약을 맺고 '금시조' 와 '그해 겨울' 등 이씨 작품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또 멕시코 문학잡지인 '리니아스 드 푸가(Lineas De Fuga)' 의 4월호에도 이씨의 단편 '익명의 섬' 을 싣는 등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