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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서울·평양은 닮은꼴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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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강과 대동강, 남산과 금수산, 여의도와 양각도 - .

서울과 평양은 한가운데 강이 흐르고 산이 감싸고 있어 풍수지리상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닮은꼴 도시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상이다.

조선과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뿌리도 같다. 1946년 9월 나란히 남북의 유일한 특별시가 됐다.

그러나 서로 다르게 발전해 왔다. 평양시는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뒤 철저한 계획도시로 재탄생한 반면 서울시는 고속성장의 애환을 안고 있다. 평양은 5% 정도만 도시화해 쾌적한 편이지만 서울은 마구잡이 개발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 인구와 자연환경〓평양 면적은 서울의 4배가 넘는 2천6백㎢. 그러나 인구는 서울의 27%인 2백74만명에 불과하다.

모란봉으로 유명한 금수산(96m)은 서울의 남산처럼 시민들이 즐겨찾는 도심공원이다. 평양 북쪽에는 북악산에 비견할 수 있는 대성산(2백74m)이 우뚝 서있다. 서울의 젖줄 한강처럼 대동강도 평양 도심을 가로지르며 아늑한 정취를 자아낸다.

북한 전문가들은 "98년 쑥섬 근처에서 재첩 등을 채취했다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대동강 수질이 한강보다는 나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여의도는 금융타운이지만 양각도에는 축구장, 능라도에는 종합경기장이 조성돼 있다.

◇ 도시구조 및 시설〓평양은 보통강과 대동강에 둘러싸인 본평양과 보통강 서쪽의 서평양, 대동강 동쪽의 동평양으로 나뉜다.

본평양은 서울의 4대문 안에 해당하는 중심지. 14일 확대회담이 열렸던 만수대의사당과 김일성광장 등 주요시설이 밀집해 있고 당 고위간부들이 주로 산다. 승리거리는 서울 세종로에 해당하는 국가 상징로다.

동평양은 해방 전후에 집중 개발된 곳으로 중산층 주민들이 주로 산다.

서평양은 70년대 이후 개발됐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서울의 강남이 신(新)부촌을 형성한 것과 달리 이곳에는 노동자들이 주로 산다. 인민경제대학 등 대학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서울의 종로와 명동.압구정 등과 같은 번화가로는 창광거리(식당가).천리마거리(고층빌딩).청춘거리(체육시설 등)가 꼽힌다.

최고층 건물은 공사중인 1백5층 짜리 유경호텔로 완공되면 63빌딩보다 74m나 높다.

평양의 녹지비율은 77%로 서울(26%)보다 훨씬 많다. 평양 땅값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평당 70만원 정도다.

◇ 교통〓평양에도 출퇴근 전쟁이 있다. 시민들은 대개 궤도.무궤도 열차와 지하철.버스 등을 타기 위해 줄서기 전쟁을 벌인다. 여자 교통경찰들은 네거리 등에서 수신호를 보내며 교통흐름을 책임진다.

평양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에 평균 2~3분, 평상시에는 5~6분 간격으로 배차돼 서울과 비슷하다. 택시가 있긴 하지만 주로 외국인들이 탄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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