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준농림지 대책 끌수록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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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쾌도난마(快刀亂麻)가 옳을까, 아니면 돌다리도 두드리듯 해야 할까. 국토 난개발의 근원(根源)인 준농림지에 대한 대책방향을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뉜다.

당국은 10여년 전 주택이 모자랄땐 쾌도난마식 대책을 썼다. 주택건설촉진법.택지개발촉진법 등 '촉진법' 을 여러개 만들어 5대 신도시를 비롯, 여러곳 택지개발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덕분에 주택보급률은 수도권까지 거의 1백%까지 올라갔다.

준농림지 탄생도 쾌도난마식이었다. 94년 '세계화' 바람이 불 때 당국은 법령 몇 구절을 고쳐 전국 국토의 26%를 준농림지로 만들었다.

문제는 그 땅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사전계획.운용지침을 제대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갑자기 농촌 이곳저곳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자 국민들은 깜짝 놀랐고, 당국은 부랴부랴 용적률을 낮추는 등 부산을 떨었을 정도다.

당국엔 아직도 준농림지에 대해 어느 수준의 개발밀도가 옳은지 판단할 과학적인 데이터가 없다.

이에 비해 준농림지 대책은 너무 신중 일변도라는 지적이다. "3~5년쯤 후에 보전할 곳을 고르겠다. 그때까지는 밀도(密度)만 낮춰 계속 개발한다" 가 당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준농림지 대책의 골자다. 발등에 이미 떨어진 불을 몇년 후에나 끄겠다는 뜻이다.

"법을 고치고, 계획도 세우고, 주민 의견도 듣고… " 하는 절차가 당국이 내세우는 이유다.

차분히 오래 검토해 보다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건 바람직하다. 그 때까지 편법.탈법에 능숙한 일부 지자체.개발업자가 준농림지를 그대로 놔둘지, 혹은 개발압력이 전가된 주변지역의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은 없을지 문제도 많다. 게다가 몇년 후 보전할 땅을 고르는 방법은 더욱 어렵다.

그린벨트도 푸는 판에 개발가능지를 보전지로 다시 묶는 대책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당국이 그 비싼 땅값을 치를 재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만 끌다 (먼저 풀릴)그린벨트지역 개발수요만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준농림지 대책은 쾌도난마식이어야 할 듯하다.

음성직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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