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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PA] 장정, 첫날 공동선두…로체스터 인터내셔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박세리(23)가 국내에서 아마추어로 명성을 날렸던 1996년 어느날. 장정(20)은 3년 선배이자 옆집에서 살았던 박세리에게 심한 질책을 당했다. 훈련을 게을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날 밤 장은 일기장에 "세리, 너 두고보자" 고 적어놓고 이를 악물었다. 그 사실이 장의 친구인 박세리의 동생에 의해 박에게 전해졌다.

그 뒤 둘은 서로 아는체도 하지 않는 '앙숙' 이 된 채 96년 박은 미국으로 골프연수를 떠났고 1년 뒤 일시 귀국한 97년 8월 둘은 화해를 했다.

그런 보기 때문이었을까. 장은 유성여고 재학시절인 97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시즌 4관왕을 노리던 김미현을 꺾고 우승, 여자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98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 우승과 방콕아시안게임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 등 화려한 아마추어 생활을 보냈다.

장은 지난해 국내 프로테스트 1차관문인 이론시험에서 답안지를 잘못 작성, 탈락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투어자격을 획득했다. 장은 박지은과 프로입문 동기다.

그러나 풀시드권을 얻지 못한 장은 대기자로 있다가 7개 대회에 출전, 지난달 일렉트로룩스USA챔피언십에서 공동 13위에 올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장은 이번 대회에서도 대회 개막 바로 전날 뒤늦게 출전통보를 받았다.

1m53㎝로 김미현보다 2㎝나 작은 국내 최단신. 하지만 온몸을 이용한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두둑한 배짱이 박세리 못지 않다.

유성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장석중(56)씨가 캐디를 맡아 함께 '유랑생활' 을 하고 있는 장은 하루빨리 성적을 올려 마땅한 스폰서를 찾는 게 급선무다.

장은 9일(한국시간)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CC(파72)에서 벌어진 웨그먼스 로체스터 인터내셔널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보기 4개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웬디 둘란(호주)과 함께 공동선두에 나서 파란을 일으켰다.

박세리도 1언더파 71타로 공동 3위에 올라 한국 돌풍을 예고했다. 박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기록했다.

지난주 프로데뷔 첫승을 올린 박지은은 10오버파 82타로 부진한 뒤 기권했고 김미현.펄 신 등 나머지 한국선수들도 오버파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대회가 열린 로커스트힐CC는 그린이 까다롭고 페어웨이가 좁은데다 비까지 내려 언더파를 친 선수가 10명에 불과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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