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이중 분화구 구조의 화산으로 '지질학 자연사 박물관' 이자 빼어난 경관, 주변의 숱한 문화유적으로 이름난 제주의 송악산. 지난 5일 제주지법은 송악산에 대해 '중대한 결정' 을 내렸다.
이 산의 분화구를 파헤쳐 대규모 레저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개발사업과 제주도지사의 사업승인을 사업승인 이전단계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개발사업승인의 효력을 정지한다' 는 결정이었다.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의 관련 부처들이나 사정기관들도 손을 놓고있어 개발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제동을 건 때문이다. 이래서 사법부가 존재해야 함을 웅변으로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다.
제주지법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겠다' 는 가치판단을 내렸다.
올 연초 가야산 골프장 소송사건에서 법원은 팔만대장경의 보호를 위해 골프장 조성사업 취소를 주장하는 해인사측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사법부가 '문화재' 만이 아닌 '환경.경관자원' 에 대한 가치에 전향적 관점을 보이고 있다.
송악산 개발사업은 올 연초부터 환경단체만이 아닌 법률전문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제주도지사의 사업승인이 상당 부분 위법투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보전지구내 시설물의 자의적 해석, 자연공원법 규정 위배, 사업자의 투자타당성 부실 검토, 주먹구구식 환경영향평가 등 문제는 숱하게 많았다.
분별없는 개발사례 가운데 송악산은 빙산의 일각이다. 국토 전역에서 불어대는 개발의 광풍(狂風)앞에 생태계가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개발이익에 눈이 먼 기업과 환경문제에 둔감한 정부.자치단체, 그리고 무계획적인 국토이용제도, 이 삼박자가 빚어낸 문제다.
파행적 개발을 초래하는 토지이용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 아울러 개발부처와 지자체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구잡이 개발을 부추기는 제주 등 각 지역개발특별법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제주지법의 결정은 이처럼 우리 모두의 발상전환을 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다.
여영학 <변호사.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 부소장>변호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