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악동 생활 8개월’잘 놀았죠, 붕붕 날아다녔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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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좋아해야 하는 주인공, 그게 전우치였다”는 강동원. 8개월간 악동 역에 빠져 살다 보니 절로 없던 말수도 늘었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자∼알 놀았다! 영화 ‘전우치’를 끝낸 주연배우 강동원(27)의 솔직한 소감이다. “이번 영화에선 좀 뛰어 놀고 싶었거든요.”

맞다. 그 동안 강동원이 좀 못 뛰어 논 건 사실이다.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이명세 감독과 ‘형사’‘M’ 두 작품을 하느라 뒷목이 좀 당겼을 것이고,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연기를 하느라 안 그래도 없는 말수가 더 줄었던 차다. 서른도 안 된 배우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겠지만 꼭 재미있는 시간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놀기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장난 심한 악동 도사를 해보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개구쟁이 영웅 전우치의 한판 활극을 그린 ‘전우치’. 8개월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 삼청동에서 16일 강동원을 만났다.

◆“허무맹랑한 판타지? 재미있겠네”=2년 전 그가 최동훈 감독을 만났을 때 감독은 “허무맹랑한 판타지라고 안 한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웬걸, 시나리오도 쓰기 전이었는데 배우는 반색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을 휙휙 날아다니면서 싸운다고 하니 제가 만화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가, 확 끌리던데요.” 결국엔 빠졌지만 애초의 설정에는 전우치가 북극도 가고 숭례문에서 격투도 한다. 순간이동으로 세계를 누비는 할리우드 영화 ‘점퍼’가 나오면서, 또 숭례문 화재가 나면서 아쉽지만 바뀐 부분이다.

전우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이름 석 자만 알았죠. 가물치랑 헷갈린다는 농담도 주고 받았으니까요. 교과서에 안 나오잖아요.” (웃음)

그는 최 감독이 “홍길동처럼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라고 해 더 끌렸다. 연기하는 내내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인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만 집중했다.

“잘생긴 얼굴 뒤에 숨겨진 악동기를 보았다”는 최 감독의 표현, 영화를 보고 나면 수긍된다. 바다 사진 앞에서 인경(임수정)에게 “우연히 만났네요”라고 할 때 같은 그 능청기 어린 말투, 주요 부품 하나 빠진 듯 어수룩한 기색이 얼굴에 스칠 때는 아무리 인색한 관객이라도 강동원의 소화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아, 현대로 옮겨왔을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그 패션감각은 보너스다.

◆“8개월 중 반은 하늘에서 살았죠”=‘전우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제는 ‘와이어(피아노 줄)’다. 60% 가까이가 와이어 액션이다. 조선의 산천초목은 물론 인사동과 청계천·테헤란로에서 고공액션을 펼쳤고, 거의 모든 배우가 와이어를 몸에 맸다. “촬영기간의 반은 하늘에서 살았죠.”

“멀미 나고 무서웠어요. 시간에 쫓기면 보조 줄 없이 한 줄만 매고 5층 이상을 올라갔으니까요. 제가 불안해하면 감독님은 ‘걱정 마, (장비가) 1000㎏도 버텨, 미국에서 검증 받은 거야’ 하셨어요. ‘정말 안 끊어지냐’고 재차 물어보면 ‘음…,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때 한번 끊어진 적이 있긴 있다더라’‘하긴 크레인도 제주도에서 한 번 쓰러졌다던데…’ 이러시는 거에요. (웃음) 테헤란로 삼십 몇 층 건물 옥상난간에서 찍을 때 문근영씨가 ‘바람의 화원’ 찍다 우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죠. 제가 올라간 데는 우물 수준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는 체중도 8㎏ 줄었다. “와이어 탈 때 춥고 무서워 하도 떨어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도 정두홍 무술감독은 “아시아 배우 중 가장 와이어 액션에 대한 감각이 좋은 것 같다”고 칭찬했단다.

‘전우치’는 그의 7번째 영화. 그가 처음으로 흥행에도 신경이 쓰이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래도 ‘똔똔’은 맞추는 배우였는데, ‘M’(2007년)에서 그게 안됐어요. 내 이름 보고 투자한 사람이 있을 텐데 싶어 기분이 영 이상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비로소 든다니, 언제까지나 순정만화 속에만 있을 것 같던 강동원도 드디어 나이가 드나 보다. 잘생긴 얼굴 뒤에 숨겨진 성숙함이 엿보였다.

 기선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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