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신의 일 한다”는 말 가장 황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섬뜩한 화면으로 부모들의 비난을 받았던 애플 아이폰의 아기 흔들기(Baby Shaker) 게임. [포춘]

올 한 해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회복 신호가 뒤섞여 나타나 어수선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글로벌 기업들의 황당한 실수도 많았다. 경제전문지 포춘 인터넷판은 ‘2009년 황당한 경제 사건 21선’을 발표했다.

골드먼삭스 최고경영자(CEO) 블랭크 페인의 발언이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회사는 신의 일(God’s Work)을 하고 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금융회사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미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금융회사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2위는 1997년 사망한 코미디언 크리스 팰리를 등장시킨 ‘다이렉TV’의 광고가 뽑혔다. 팰리가 우스꽝스럽게 등장한 이 광고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3위는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승객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권장한 전일본항공(ANA)의 환경보호 캠페인이 선정됐다. 247명이 타는 보잉777기에 모든 승객이 소변을 본 뒤 비행기에 오르면 244kg 정도 무게가 덜 나간다. 여성 승객 4명의 몸무게와 비슷한 무게다. 회사는 비행 시 4.2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봤지만 실효를 거뒀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애플 아이폰용 프로그램인 ‘아기 흔들기’(Baby Shaker) 게임도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화면에 등장한 아기가 울면 눈에 붉은색 X자가 나타날 때까지 아이폰을 흔들어야 조용해지는 엽기 게임이다. 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애플은 해당 프로그램 공급을 중지하고 공식 사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 출시를 기념해 선보인 일본 버거킹의 ‘윈도7버거’도 황당 사건으로 기록됐다. 햄버거 패티를 7개나 넣은 대형 햄버거다. 처음에는 777엔에 판매를 시작했으나 가격은 곧 두 배로 뛰어 올랐다. 포춘은 “잦은 고장(버그)이 나오는 윈도7과 달리 버그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의 랜드마크 ‘폰티악 실버돔’의 헐값 매각도 순위에 들었다. 빗금 친 은색 지붕으로 유명한 8만 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 실버돔은 프로농구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홈구장이었고, 수퍼보울·월드컵 경기를 치른 디트로이트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달 경매에서 뉴욕 맨해튼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보다 싼 가격인 58만 달러에 매각됐다. 원래 건축비(5570만 달러)의 1%만 건진 셈이다.

이 밖에도 포춘은 중국 학생들 앞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는 매우 안전하다”고 강조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구제금융을 허가한 의회에 보고하러 가기 위해 전용 제트기를 요청한 AIG 로버트 벤모시 CEO, 부동산 버블로 흔들리는 두바이, 최고 23%까지 뛰어오른 미국 신용카드 수수료율 등을 멍청한 사건으로 꼽았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