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의 돌을 맞아, ‘아쁘아~ 아쁘아~’ 맞아주는 우리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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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술이 얼근하게 취해 잠이 들었단다. 아빠 옆의 엄마는 잠이 오지 않아 불을 켜놓고 있었단다. “잠이 안 와?” “응” “그럼 나 먼저 잔다” 하면서 팔로 불빛을 가리고 아빠는 먼저 잠이 들었지. 새벽 5시쯤 됐나? 엄마가 배가 아프다고 하더구나. 역시나 초보 아빠답게 시계를 꺼내 들고는 시간을 확인했단다. 5분, 10분 그렇게 주기적으로 진통이 오고 7시쯤 돼서 엄마도 더 이상은 안되겠는지 병원으로 태완이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단다.

병원에 도착해 분만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단다. 분만의 고통으로 점점 정신을 잃어 가는 엄마를 보자니 ‘세상에 나쁜 놈’이란 이름의 대명사는 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등병 때 휴가 나오면 효자가 되고 아내가 분만할 때는 남편이 애처가가 된다더니 아빠 모습이 꼭 그 모양이었지. “평소에 더 많이 엄마를 사랑해줄걸”하는 후회가 들었단다. 한참을 괴로워하던 엄마의 목소리는 수그러들고 어느새 핏덩이 아기가 간호사 손에 거꾸로 들려서는 모습을 드러냈단다.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힘없는 아기.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의 손길이 오고 가서야 그제서야 “응애 응애” 하면서 우는 아기.

그렇게 태완이는 태어났고 엄마 아빠도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단다. 탄생의 기쁨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자는 누릴 수 없는 신이 내린 축복이란 느낌이었지. 이것은 12월 21일 첫 생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사랑스런 태완이의 탄생기란다. 부부라는 이름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 가족 탄생기이기도 하고.

부족한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우리 태완이를 인생의 선배로서 때로는 선생님으로서 부모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단다. 정말 기쁜 일이란다. 누군가에게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런 느낌을 우리 아들에게서 배우게 됐어.

임신중인 (자신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내심 못마땅했는지 출산 후 엄마의 몸살은 눈물겨웠단다. 몸조리도 못하고 출산 후유증으로 연말 연시를 병원에서 지내게 됐지. 2009년 1월 1일. 병원에서 조촐하게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는 신년맞이 우리가족 모임을 한 거 기억나니? 출산의 기쁨보다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는 상황에서 친정, 시댁 식구와 함께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서러움 때문인지 엄마는 계속 눈시울을 적셨단다.

우리 태완이는 아주 어린 아기여서 기억을 하려나 모르겠네. 태완이는 태어난 뒤 딱 한 번 새벽에 열이 올라 병원엘 달려가게 해 엄마와 아빠를 놀라게 한 것 외에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너무 고맙다.

태어나면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두발로 우뚝 서고 걸음마를 배우고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보여주는 우리 태완이에게 엄마 아빠는 감사할 따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 현관문을 열면 엄마 품에 안겨 활짝 웃으면서 서툰 발음으로 “아쁘아~, 아쁘아~”하며 맞아주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태완이와 그런 천사를 아빠에게 안겨준 엄마에게 감사해~.

태완이가 태어나기 전 엄마가 아빠를 평생의 반려자로 지목하기 전 아빠의 부모와 지인들이 베풀어준 절대적인 내리 사랑을 이제 태완이 에게 베풀어줄 때가 온 거야.

‘사랑한다’ 함께 하고 싶고 항상 편안하길 바라는 누군가를 부를 때 앞에 붙이는 말. 사랑하는 태완이와 아내에게 부족하나마 이 글을 전한다.

태완이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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