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4. 후견인 맺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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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화씨가 진아(가명) 남매와 함께 탁구공 놀이를 하고 있다. 현씨는 중앙일보가 펼치는 We Start 캠페인 ‘사랑의 후견인 사업’ 첫번째 후견인이 됐다. 박종근 기자

"잘 봐. 공이 튀어오르면 라켓을 약간 기울이고 이렇게 치는 거야."

"와~. 정말 내가 친 공이 제대로 넘어가요." "오빠. 이번엔 내가 해볼래."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고 체육관. 한국마사회 탁구팀 훈련장인 이곳에서 '탁구 여왕' 현정화(35) 코치와 저소득층 아이들 간에 '사랑의 핑퐁'이 오갔다. 현 코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진아(가명.초등 5)와 영민이(가명.중 2) 남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 울타리 돼줄 것"

'가난 대물림 끊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We Start' 운동본부가 사회복지단체 '아이들과 미래'(www.kidsfuture.net.02-588-6796.이사장 송자)와 함께 벌이는 후견인 맺기 사업이 이날 첫 결실을 보았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사는 남매의 딱한 사정을 들은 현 코치가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겠다고 나섰다.

"여자 친구는 있니?" "오빠는 통통한 언니들을 좋아해요."

현 코치와 남매는 웃음꽃을 피웠다. 아이들은 이날부터 현 코치를 '이모'라고 부르기로 했다. "장래 희망이 뭐냐"고 현 코치가 묻자 진아는 기타리스트, 영민이는 만화가라고 말했다.

"이모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야.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꼭 탁구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졌단다. 훈련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던 때도 있었지만 그 꿈을 떠올리며 견뎌냈단다. 진아야. 힘들어도 예쁜 꿈을 위해 항상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

현 코치가 힘을 북돋워주자 진아는 "나도 이모처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래요"라고 다짐했다.

진아가 한 살이던 해 아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진아네 가족에겐 가난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진아의 엄마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찜질방에서 음식을 나르고 청소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번 돈에다 기초생활 보장비 20여만원을 합쳐도 옷장사를 하다 진 빚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형편이다.

매달 만나 정 나누기로

현 코치는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는 남매를 위해 앞으로 학원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매달 틈을 내 놀이공원에 가거나 함께 식사를 하며 아이들과 정을 나누기로 했다. 현 코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가족의 보살핌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진아네 남매의 울타리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코치는 이날 직접 사인한 탁구공 세트를 남매에게 선물했다.

김성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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