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펀드는 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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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펀드에 가입한 뒤 신경 쓰지 않고 지내던 투자자라면 한번쯤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생겼다. 전체 공모펀드(3829개)의 73%에 달하는 2788개 펀드가 판매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추가 판매를 못하면 펀드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어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펀드 관련 구(舊)법에 의해 설정된 펀드는 새 법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 후 6개월이 되는 지난 7월 4일까지만 판매됐고, 그 이후로는 새 법에 따라 약관을 바꿔야 추가 판매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 7월 5일 현재 총펀드 6780개(163조원) 가운데 신탁약관을 변경해 추가 판매가 가능해진 펀드는 1677개(84조원)며, 판매가 중단된 펀드는 5103개(79조원)다. 이 가운데 MMF와 사모펀드를 제외한 일반 공모펀드는 2788개(23조9573억원)다.

◆ 판매중단 현황=자산운용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한 펀드 운용계획에 따르면 판매 중단 공모펀드 중 ▶815개(8564억원)는 내년 상반기까지 해지되고 ▶42개(2조3549억원)는 신법 적용 펀드로 전환한 뒤 추가 판매되며 ▶1931개(20조7460억원)는 추가 판매 없이 종전 법에 따라 운용될 예정이다.

없어지는 815개 펀드의 해지 시기는 올 3분기에서 내년 2분기까지 고르게 분산돼 있는데, 자기 펀드가 어디에 해당되는지는 판매증권사 영업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정갑재 자산운용분석팀장은 "추가 판매 없이 옛 법에 따라 운용하는 공모펀드 1931개에 대해선 증권사들이 그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했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자들 스스로 자기 펀드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펀드 갈아타기 요령=전문가들은 판매가 중단된 펀드들은 쪼그라들다 결국 없어지는 펀드인 만큼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운용사들은 요즘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재순 팀장은 "펀드 규모가 줄면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져 운용사들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기존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형 펀드는 비교적 유동성이 좋은 편이지만 채권형의 경우 일시적으로 환매가 늘어나면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환매자금을 마련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펀드에 따라 갈아타기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아직 기준가격이 괜찮은 CBO펀드 등 고수익 펀드라면 굳이 서둘러 해지할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이 채권 수익률이 낮은 시기에 고수익채권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의 운용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펀드 기준가격이 갑자기 하락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갈아타기를 서둘러야 한다. 펀드 설정액.수익률 정보는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나 제로인(zeroin.co.kr) 홈페이지나 증권사 영업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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